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일반직 공채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달 취임한 위성호 행장의 의중에 따라 채용 시스템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위 행장은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와 같이 유사한 스펙을 가진 사람을 몇 백명씩 뽑는 게 유의미한지 모르겠다”며 채용 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시중은행들은 주로 상반기에 영업점 창구 업무를 담당할 고졸(특성화고) 행원을 선발하고 하반기에 일반직을 채용한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국내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상·하반기로 나눠 대졸 신입(일반직) 공채를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상반기 100명, 하반기 200명을 각각 뽑았다.
애초 신한은행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달 중순께 상반기 공채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채용 인원이나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공채 계획은 미정”이라며 “채용 시스템 개편 작업이 끝나야 구체적인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는 신한은행의 공채 공고가 지연되면서 사실상 상반기 일반직 채용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장 11일에 달하는 ‘5월 황금연휴’와 하반기 채용 일정 등을 고려하면 시기적으로도 상반기 공채를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신한은행이 공채 시스템을 기존의 상·하반기가 아닌 수시 채용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위 행장은 채용 시스템에 대해서도 정형화된 틀을 깨왔다”면서 “신한은행의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탈(脫) 스펙’ 채용 문화에 뜻을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는 신한은행의 상반기 공채가 늦어지는 이유를 대선과 연관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력 대선 후보들의 핵심 공약이 일자리 창출인 만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채용 확대에 대한 압박이 세질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신한은행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채용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에도 정부의 고용확대 요구에 따라 은행들이 일시적으로 채용을 늘린 적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