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대우조선해양은 과연 회생할 것인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우조선이 회생하려면 신규 수주가 크게 늘어야 한다. 그리하여 영업이익이 늘어야 한다. 그러나 세계 조선업 경기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총 115억 달러 규모의 수주를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실제 수주받은 것은 15억 달러에 불과하다. 대우조선해양이 2019년에 다시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번 자금 지원이 다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해양이 파산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피해금액이 선박 투입원가 32조2000억 원, 금융기관 채권손실 21조2000억 원 등 59조 원에 이른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조선산업이 추락한다. 여기에 협력업체들의 부도와 지역 경제의 타격이 결정적이다. 따라서 정부와 채권단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채무조정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경제적 피해가 클 경우 무조건 자금 지원을 해야 하나? 기업의 구조조정은 미래의 손익계산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자금투입에 비해 손실이 크면 당연히 자금 투입을 중단해야 한다. 과거에 묶여 미래의 손실을 감수하는 것은 오히려 부도의 화를 키우는 일이다. 이런 견지에서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은 타당성을 부여하기 어렵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5년 10월 투입한 4조2000억 원의 자금을 소진했다. 여기에 다시 2조9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여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상태는 최악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당기순손실은 2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부채가 자본금의 2400%나 된다. 1년에 필요한 운전자금만 8000억 원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어떤 지원책을 내놓아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이번 채무조정의 가장 논란은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에 찬성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피와 땀을 흘려 모은 노후 생활자금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채무조정 후 회생에 실패할 경우 4000억 원에 가까운 국민연금의 투자금액이 부실화한다.
국민연금은 최순실 사태에 연루하여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기 위해 국민연금은 3500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감수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한 바 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에 찬성한 것이 같은 형태의 비리로 귀결할 소지가 있다.
정부는 기업구조조정 정책을 바꿔야 한다. 향후 기업구조조정을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형태로 추진할 경우 국민의 혈세로 부실채권을 확대 재생산하여 기업과 경제를 함께 쓰러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런 견지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선회사들의 구조조정은 조선업 경기가 내년부터 회복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일본은 조선업계 1~3위 기업을 하나의 기업으로 통폐합하고 중국은 3000개가 넘는 조선사를 300개로 줄였다. 우리나라도 업계의 현황과 전망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대우조선해양과 국내 다른 조선사들의 과감한 인수·합병 정책을 펴야 한다. 동시에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하여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조선업 구조조정을 향후 산업구조조정의 표본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달엔 소비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를 계기로 부실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시하여 경제가 경기의 불씨를 살리고 성장동력을 회복하여 새로운 도약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