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하이 궈타이밍 회장, 美 백악관 방문...다급해진 WD “도시바, 우리가 최적의 파트너”

입력 2017-04-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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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도시바와의 협력관계를 빌미삼아 반도체 사업 지분 매각에 딴지를 걸고 나온 가운데 1차 입찰에서 최고액을 써낸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의 궈타이밍 회장이 기술·인재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과 미국 정부를 안심시키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회동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다녀온지 이틀 만에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7일(현지시간) 궈 회장이 이날 백악관에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궈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2시간 이상 백악관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궈 회장에게 정확한 코멘트를 요구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언급을 피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궈 회장이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지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1차 입찰 참가기업 중 가장 많은 3조 엔(약 30조5592억 원)을 써냈지만 미국과 일본 정부가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탓에 유력 인수기업 리스트에서 아예 배제될 것을 막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궈 회장은 지난 2월 말 미국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도 회동하는 등 인맥 관리에도 공을 들였다.

신문은 궈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대규모 미국 투자와 일자리 창출 계획을 제시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했다. 도시바메모리 입찰에서 일본 정부와 산업계가 중국과 대만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에 대한 직접투자를 통해 고용을 늘려준다는 약속을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혼하이를 밀어줄 것으로 본 것이다. 혼하이는 샤프와 공동으로 미국에 8000억 엔을 들여 패널 공장을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안보 문제도 걸려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WD 등 미국 기업을 제치고 대만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것도 어불성설이기 때문. 궈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WD의 스티브 밀리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발표 후 기자들에게 “우리가 (도시바의) 최고의 파트너이며, 도시바의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미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발언을 흘렸다.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D는 도시바와 NAND플래시 메모리의 핵심 거점인 욧카이치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WD가 인수한 미국 샌디스크 시절부터 17년간 총 130억 달러를 투자했다며 끈끈한 인연을 내세우고 있다. 밀리건 CEO는 “우리는 WD의 이익과 자산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WD는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걸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WD 측은 도시바와의 협력 각서에 제3자에 의한 도시바메모리 지분 참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 조항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협상 내용과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WD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46억4900만 달러, 순이익은 3.4배인 2억4800만 달러였다.

한편 지난 24일부터 2박 3일간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26일 귀국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도시바메모레 인수와 관련,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혼하이와 비교하면 자금력에서나 인맥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는 평가다. SK는 1차 입찰에서 2조 엔을 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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