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은 27일 “수구보수들이 대선을 앞두고 전쟁을 할 듯이 나라를 몰고 가고 ‘안보사기’, ‘안보협박’을 한다”며 “상투적 수법으로 국민을 분열시키지 말라”고 일침을 놨다.
김 이사장은 이날 오후 서초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개혁적이고 양심적인 민주보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보수 정치인인 김 이사장은 최근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선언한 후 현재 문 후보 선대위에서 ‘하나되는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현재 흐름을 객관적으로 보면 결정적인 돌발사태가 없는 한 문 후보의 승리로 가고 있다”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내공이 부족하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자질과 품성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구도’가 깨지고 1강1중3약 구도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판도를 어떻게 보나.
“섣불리 예단해선 안 된다. 조금 앞서간다고 자만에 빠지거나 낙관해서도 안 된다. 다만 지금 현재 흐름을 객관적으로 보면 결정적인 돌발사태가 없는 한 문재인 후보의 승리로 가고 있다.
문 후보에 거부감을 느끼고 안철수 후보가 국정운영 능력의 소유자라고 판단했던 보수들도 특히 최근 TV토론회를 보면서 안 후보가 미덥지 못하다고 돌아선 듯 하다. 연합정치, 통합정부가 중요하다는 국민적 판단도 있는데 소수정당에다 정치적 리더십이 부족한 사람이 해낼 수 있겠나 의구심이 커지고 있지 않나 한다.”
△안철수 후보를 평가한다면.
“훌륭한 후보지만 아직 국정경험이 부족하고 정치적인 면에선 리더십이라든가 내공이 아직 부족하지 않나 한다.”
△홍준표 후보는.
“대통령이 되려면 아주 훌륭한 사람은 아니라도 자질, 품성은 기본이 돼야 한다. 그 점에선 아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고 남과 차별성을 보이려고 일부러 그런 언행을 보이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인 품성이 그렇다.
보수의 비극이다. 보수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원류로 했던 ‘꼴통보수’가 있고, 양심적이고 개혁적인 민주보수 이렇게 두 부류가 있다. 지금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새로운 보수가 탄생해야 하는데, 꼴통보수가 보수의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게 참 안타깝다.”
△보수진영에서 문 후보를 향해 ‘주적’ 논란, ‘송민순 문건’ 논란을 제기하고 공세를 펴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어떻게 보나.
“군사독재정권 시절부터 보수세력은 위기 국면이나 선거 때만 되면 매번 색깔론을 들고 나오고 안보를 빙자해서 국민을 속이고 불안하게 했다. 좋은 말로 ‘안보장사’라고 하지만 실은 ‘안보사기’, ‘안보협박’이다. 이제는 국민 수준이 달라져 그런 상투적 수법으로 선거이득을 볼 수 없다. 국민통합을 위해 해야 할 일도 너무 많은데 국민을 분열시키고 패갈라 싸우게끔 해선 안 된다. 안보를 정치에 악용해 그런 짓을 해선 안 된다.
수구보수들이 전쟁을 할 듯 나라를 몰고 가고 있지만, 문 후보는 득표상 불리할지 몰라도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보수세력의 안보관 걱정을 알고선 ‘내가 진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해 평화통일의 길로 가겠다’고 나서는 문 후보를 보고 제 선택이 옳았다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6·25 월남가족에, 특전사에서 군복무를 한 문 후보의 안보관을 의심한다는 건 정치적 모함이고 네거티브다. 진짜 안보를 할 사람이다. 보수가 혹시나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다면 거둬도 좋다, 거둬야 한다.”
△ 바른정당 내에선 한국당, 국민의당과의 3자 대선후보 단일화 의견도 나온 바 있다. 존폐 위기에 몰렸다는 바른정당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건강한 보수를 표방하고 몸담았던 당에서 뛰쳐나와 탄핵에도 찬성하면서 창당한 당 아닌가. 창당정신을 이어가야 한다. 다시 들어가거나 연합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건강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힘 합쳐서 통합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고 그게 큰 정치다. 문재인 후보도 민주당 단독으로는 사실상 안정적 국정운영이 어려워 통합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다른 세력과 협치하고 통합정치해야 한다. 바른정당도 좋은 정치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바른정당이 지금은 정치적으로 국민 지지가 부족하지만, 지금 막 창당해 선거를 치르게 돼 충분히 합리적 보수라는 추구 가치를 국민들에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해서라고 본다. 시간이 가면 달라질 것이다.”
△지난 대선과는 다른 이유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결심의 이유는.
“18대 대선 때엔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내가 만든 당이나 다름 없는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을 탈당하고 문 후보를 지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정치적 격동기였던 노무현 정부 시절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당대표와 원내대표였던 내가 일주일에 엿새를 같이 회의를 했다. 그래서 그 분은 국정운영 능력이 없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게 분명해 대통령이 돼선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젊음을 민주화 운동에 바쳤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역사의 후퇴를 보는 건 내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고, 양심상 지켜볼 수 없는 일이다. 2007년으로 거슬러서도 이명박 후보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이 후보를 택했고, 2012년엔 문 후보를 지지했던 것이다.
이번 대선은 한국당 후보를 제외하고는 후보들의 개인적인 자질은 훌륭하다고 본다. 한 후보에 대한 지지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박근혜정부가 만신창이로 만들어놓은 이 나라를 누가 안정적으로 국정운영하고 새 나라로 건설하는 역할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다수의석을 가진 정당, 국정경험이 있는 분이 어려운 시기에 국가를 리드해나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문 후보 측에선 특히 상도동계 좌장의 합류라는 데 의미부여했다.
“건강하고 합리적인 민주보수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걸 알리고 싶다. 평소에 문 후보의 안보관 등에 대해 선입견이나 거부감을 가졌던 중도보수세력이 의구심을 버리고 지지했으면 좋겠다.”
△절망하는 젊은층에 위로를 건네고 싶어 청년층 인기가 높은 문 후보를 지지하겠다던 말씀도 인상적이었다. 2012년만해도 젊은층은 안철수 후보를 상대적으로 더 지지했는데, 이번 대선에서 문 후보와 역전된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5년 전 안 후보가 새정치를 표방하고 나왔을 때와 달리 이번엔 승리하기 위해서 외연을 어떻게 넓힐지, 세력 확장할지에 몰두하다보니 지역주의에 의존하기도 하고 정체성도 왔다갔다 한다. 초심을 잃어 참신성, 신뢰도 잃고 젊은 사람들이 실망한 것 같다.
사실 우리 세대는 가난했고, 군사독재 시대라 정치적으로도 불행했다. 그래서 참 불행한 세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가만 생각해보니 그래도 그때 우린 도전이, 싸워야 할 목표가, 승리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했다. 그런데 지금 젊은이들은 목표도, 희망도 없는 게 아닌가. 연애니 결혼도 포기한다는 이 세대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우리 세대가 젊은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야 하지 않겠나. ‘헬조선’을 바꿀 수 있는 적임자가 문재인 후보라고 생각한다면,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게 젊은이들에 힘 주는 일 아니겠나.”
△지지선언 후 바쁜 일정을 보내고 계실텐데.
“아침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찾아오는 사람들 만나느라 정신 없다.(웃음) 문 후보에 대한 거부감, 선입견 때문에 쉽게 지지하기 어려웠다던 구 여권, 중도보수 사람들이 ‘나도 믿고 같이 하고 싶다’면서 ‘하나되는대한민국위원회’ 같이 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찾아오고 있다.”
△ ‘하나되는대한민국위’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는.
“선거를 갑자기 치르다보니 후보나 진영,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정책대결보다는 인신공격, 네거티브가 난무하고 있잖나. 대선 끝나도 국민들 패갈려서 싸울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다음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대한민국을 다시 하나로 통합해내는 일이다. 제척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박근혜정부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국정농단세력만 제외하고 통합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코리아 올스타팀’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위대한 실험을 이번 대선 끝난 뒤에 해야 하고, 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내 나름 최선을 다해서 뒷받침하겠다.
문 후보에겐 대통령 직속으로 통합국민회의와 같은 자문기구 설치를 검토해달라 제안했다. 후보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문 후보가 당선된다면 통합을 위해 또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강 건너서 피안에 이르면 타고온 배를 버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당선되고 나면 소위 ‘내 편’이라는 걸 버려야 한다. 스스로를 낮추고 통합을 위한 도구나 통로로 사용해야 한다, 측근이나 참모들도 그렇게 해서 문 후보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게 하고 나라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