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06. 사씨(史氏)

입력 2017-05-0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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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최초 비구니… 불교의 여사제役 수행

사씨(史氏)는 신라 최초의 여성 출가자이다. 신라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래한 이는 고구려 사람인 아도(阿道 또는 我道)이다. 아도가 처음 신라에 와서 불법(佛法)을 전하려고 할 때에 신라 사람들은 매우 꺼리고 심지어 죽이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아도는 일선현(一善縣·지금의 경북 구미)에 있는 모례(毛禮)의 집에 도망쳐서 숨었다. 이와 같은 인연으로 모례는 신라의 첫 불교신자가 되었던 것이다.

이때 모례의 누이동생인 사씨도 스님에게 귀의하여 비구니가 되었다. 사씨는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에는 사시(史侍)로 기록되어 있다. 사씨는 삼천기에 절을 짓고 살았는데, 그 이름은 영흥사(永興寺)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사씨는 신라 최초의 비구니이고, 절을 개창한 이였다.

그런데 사씨가 정식으로 비구니의 수계를 받았는지는 의문이다. 비구니의 대계(大戒)를 받으려면 최초 몇 명의 남자 승려인 비구와 여자 승려인 비구니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라에 처음 불교가 전래된 시기에 비구니의 수계가 가능할 정도의 승려들이 있었으리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또한 영흥사는 법흥왕비가 비구니가 되어 개창한 절이다. 아마도 사씨가 절을 지었던 곳에 법흥왕비가 영흥사를 개창한 것이 이와 같은 혼동을 야기했으리라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라에 처음으로 불교가 전래되었을 당시에 여성 출가자인 사씨가 존재했던 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법흥왕비 역시 “사씨의 유풍(遺風)을 사모하여”라고 하여 이전에 있었던 여성 불교신자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볼 때 사씨는 불교신자로서 이름을 얻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씨는 아도와 함께 불교 포교의 최일선에서 일했던 것이다.

신라 최초의 비구니인 사씨 이후에 법흥왕비와 진흥왕비가 비구니가 되어 영흥사에서 주지(住持)하였다. 이처럼 신라에서는 비구니의 존재와 역할이 큰 거부감 없이 수용되었는데, 이는 비구니가 불교계통의 여사제로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신라에서는 제사나 종교에 무(巫)와 같은 여성사제자(女性司祭者)가 존재하였다. 신라에서 시조묘제의의 주관자는 남해왕의 누이인 아로(阿老)였다. 또한 신모(神母)와 성모(聖母)에 대한 신앙이 있었는데, 이들 제사의 주관자 역시 여성이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신라사회의 전통 하에 비구니 역시 불교의 여사제로서 인식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신라에서 불교가 처음으로 전래되었을 당시에 모례와 더불어 여성인 사씨가 불법을 전수받았다. 또한 사씨는 비구니로서 절을 짓고 출가자의 삶을 살았는데, 이에 대해 후대에도 전해질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사씨를 통해 신라의 불교가 전통신앙의 기반 위에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는 점과 함께 그 주체적인 역할을 여성이 담당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비구니 사씨의 존재는 신라 여성의 사회문화적인 전통에서 가능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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