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이 거의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위축됐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28일까지 글로벌 M&A 건수는 793건으로, 991건에 달했던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하고 지난 19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앞두고 기업들이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WSJ는 풀이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기업들의 M&A 활동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혔다.
다만 글로벌 증시에서 트럼프 랠리가 지속되면서 M&A 건수가 축소됐지만 금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그만큼 기업들이 인수 대상 기업 가치를 상대적으로 후하게 매기고 있다는 의미.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지금까지 M&A 금액은 총 4798억 달러(약 544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 늘었다. 올해 기업들은 인수 대상 기업의 ‘법인세·이자·감가삼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평균 12.8배를 인수금액으로 내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1배에서 높아지고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수가가 높아지는 것도 향후 글로벌 M&A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로펌 존스데이의 로버트 프로퓨섹 M&A 담당 글로벌 대표는 “기업 대표들은 세제개혁과 무역정책 등의 이슈에서 좀 더 확실한 것을 보고 싶다”며 “정책과 관련된 논쟁으로 기업이 사업 전망에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서치업체 랜전버그&코의 브라이언 랜전버그 대표는 “불확실성에 기업들은 우선순위가 높은 딜(Deal)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이런 M&A에 대해서는 기꺼이 많은 금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며 “그만큼 소규모 M&A는 지연되거나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