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경제 왈가왈부]① 선거와 금통위

입력 2017-05-0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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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이후 총 12번의 선거(대선·국회의원·지방선거)달에 금리변경 없어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온통 관심은 정치에 쏠려있는 모습이다. 탄핵과 조기 대선 국면으로 반년 가까이 끌어온 정치 불확실성은 신정부 출범과 함께 종지부가 찍힐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난 반년 동안 경제정책은 사실상 멈춰서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경제수장이 바뀔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책임지려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권과 무관하게 임기가 보장된 한국은행 총재와 금통위원 마저 눈치 보기를 한다면 곤란한 일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15년 11월 금통위 기자간담회 당시 “그때그때 거시경제상황이 중요하다”며 이같은 시각을 부인했다.

◇선거 속한 달 전후 금리변경 지방선거 3회뿐 = 통화정책을 기준금리로 변경한 1999년 이후 현재까지 금통위 금리결정 사례를 짚어보면 재보궐선거를 제외한 대통령·국회의원·자치단체 등 선거가 있었던 총 12월 중 기준금리를 변경한 달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범위를 선거 앞뒤 한달씩 총 36월로 확대해도 지방선거를 전후한 3번에 그쳤다. 결국 선거를 전후해 한은이 금리를 변경한 확률은 10%도 안 된 셈이다. 이번 대선은 인수위가 없고 곧바로 취임한다는 점을 감안해 과거 대통령이 취임한 달을 봐도 역시 한은이 금리변경을 한 때는 없었다.

결국 선거일정이 금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금리 결정은 한은 스스로도 “큰 칼을 쓰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선거를 앞두고 금리인하를 한다면 자칫 표를 의식한 경기부양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또 금리인상을 한다면 집권 여당으로서는 표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어 가급적 선거 후로 미루려할 것이다. 앞서 지방선거를 전후한 3번의 금리변경 사례를 보면 모두 금리인상이었다. 이중 선거 직전 월에 금리를 변경한 것은 한 번에 불과했다.

◇박근혜 취임 후 인하 압력 = 대선 직전 금리변경 사례를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2년 12월 선거 2개월전 금리인하가 가장 빨랐다. 대선 후 금리변경 사례는 박 전 대통령 당선 5개월 후(취임 3개월 후)인 2013년 5월 인하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5개월 후(취임 3개월 후)인 2003년 5월 인하가 가장 앞섰다.

우선 대선 직전 인하였던 2012년 10월 인하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크게 악화하면서 당시 연간 경제전망을 기존 3.0%보다 0.6%포인트 낮춘 2.4%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또 앞서 그해 7월 금리인하에 따른 베이비스탭 일환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해 7월 경제성장률 격차(GDP갭)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는 것을 이유로 한은은 시장예상과 달리 전격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2003년 5월 인하는 내수부진과 북핵문제 그리고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확산에 따른 결정이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후 5개월 후인 2013년 5월 인하는 신정부 출범과 함께 논의가 시작된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맥을 같이해 정치적 변수가 컸다.

이에 따라 당시 한은 총재였던 김중수 전 총재는 금리인하를 사실상 끝까지 반대하기도 했다. 당시 금리인하 직전월인 그해 4월 동결 4명 인하 3명으로 아슬아슬하게 동결 결과를 내놨고, 김 전 총재도 의사록에 동결의견을 남기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이한구 원내대표는 김 전 총재를 향해 “청개구리”, “나무늘보”라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었다.

◇유력 대선주자 추경 공언, 한은 금융중개지원대출로 화답? = 선거라는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하지만 5자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19대 대선에서 현재 1강 2중 구도를 형성하는게 사실이다. 이중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0%를 넘기며 가장 앞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제공약 중 눈에 띄는 것은 집권 즉시 추경 10조원 이상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131만개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추경은 곧 금리인하와 맥을 같이 했다. 자연스럽게 금리인하 카드를 또 꺼내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 박 전 대통령 재임당시인 2013년엔 민생안정 및 경제회복을 위해, 2015년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와 가뭄 극복을 위해, 2016년엔 경기부진과 조선해운 구조조정 및 영국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대응을 위해 각각 추경과 금리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다만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고 추경을 한다 해도 인하압력으로 확산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장 135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미 연준(Fed)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내외금리차 역전 가능성 등이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2013년 4월 당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총액한도대출(현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기존 9조원에서 12조원을 증액한 것처럼 이번에도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손 볼 개연성은 있다는 판단이다. 우선 창업지원이나 설비투자지원, 무역금융지원, 영세자영업자지원, 지방중소기업지원으로 구성돼 있는 프로그램이나 프로그램별 한도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총 한도를 늘리는 것은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3월말 현재 금융중개지원대출 실적은 17조3416억 원으로 한도 25조 원 대비 69.4%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다. 2013년 4월 증액 당시 실적은 7조1477억 원으로 당시 한도 9조 원 대비 79.4%에 달했다. 이후 3번의 증액시에도 한도대비 실적은 80%를 전후한 때였다.

한은은 총재 4년 임기가 보장되기 시작한 전철환 전 총재(1998년 3월~2002년 3월) 후 전임 김중수 총재(2010년 4월~2014년 3월)까지 4명의 총재 임기 중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부침이 심했다. 정권교체기에 한은이 또 한 번 정치권과 정부에 휘둘릴지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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