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후보부터가 그렇다. 망국적 지역 구도와 막 돼먹은 진영 논리에다 인격 살인의 댓글과 가짜뉴스가 판치는 가운데 정작 정치를 해야 할 사람들은 정치로부터 등을 돌린다. 어떻게 좋은 후보들만을 기대할 수 있겠나.
정책과 공약도 빈약하다. 안보 경제 사회가 모두 위기이건만 믿을 만한 대안이나 약속은 없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그저 믿고 맡겨 달라는 이야기와, 상대를 심판하고 척결하자는 과거 지향적인 이야기가 큰 흐름을 이룬다.
심지어 매표(買票)행위도 한다. 직접 돈을 주어 매표가 아니다. 이것저것 해 주겠다 소리치고, 매달 얼마씩 주겠다고 떠드는 것이 매표 아니고 무엇이겠나. 고무신 돌리고 막걸리잔 돌리는 선거가 다시 살아난 기분이다. 후보자가 선불로 주던 것이 국고로, 그리고 후불로 주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물어보자. 지금 우리의 형편이 이것저것 주겠다고 약속할 때인가? 아니면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 모두의 양보와 인내를 요청할 때인가? 어두운 선거판에 나라의 앞날이 걱정된다.
자, 그래서 어떡할 것인가? 고개를 돌리고,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다. 이럴수록 해야 한다.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해야 한다. 부족한 가운데서도 그나마 나은 쪽을 선택해 나가야 정치라는 공장과 공정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잘못된 정보로부터 자유로웠으면 한다. 악의적인 댓글과 가짜뉴스, 그리고 진실을 왜곡하는 궤변과 억지가 판을 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기도 하고, 심지어 인터넷에 올라오는 뉴스의 중요도를 바꾸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때로는 조직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치밀하다.
어떻게 이 잘못된 정보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글쎄다. 잠시라도 왜곡이 심한 당장의 시빗거리들과 나 자신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크고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 가치가 무엇이며, 역사가 어디로 흘러야 하는지, 또 그런 흐름에 조금이라도 부합하는 인물이 누군지를 냉정하게 생각해 보는 것 말이다.
또 하나, 이렇게 선택했다면 그 선택을 스스로 존중했으면 한다. 흔히들 사표(死票)를 걱정하는데, 그러지 말자는 뜻이다. 엄밀히 말해 오늘과 같은 세상에 사표는 없다. 누가 당선하든 그 표의 무게를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국정 어디엔가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표를 걱정하여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몰아주는 행위가 오히려 국정을 왜곡시키고 잘못된 정치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표를 몰아 받은 후보의 잘못된 가치와 신념까지 정당화시켜 줄 수 있는가 하면, 표를 빼앗긴 후보의 정당한 가치와 신념을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또 한 가지, 나라가 어려운 상황이다. 힘을 합치지 않으면 풀지 못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승자와 패자가 따로 있어 될 일이 아니다. 승자의 거드름이나 권력행사를 경계하고 패자의 패배감을 덜어주는 것도 국민의 몫이다. 완전하지 못한 후보들에, 완전하지 못한 공약들이라 더욱 그러하다. 우리 모두 선거와 투표가 끝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