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인물의 고유 명칭의 기능을 넘어, 정체성을 드러내고 삶의 행로에 대한 바람과 자기 경계의 의미까지 복합성을 갖는다. 대선 후보의 한자 이름을 자원(字源)과 관련지어 살펴보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한번 살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기호순).
문재인(文在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이름에서 ‘있을 재(在)’는 ‘재능 재(才)’와 ‘흙 토(土)’가 합쳐진 글자다. 새싹이 땅에서 움트고 있는 모습이다. ‘범 인(寅)’의 갑골문은 화살에 ‘입 구(口)’가 더해진 모양으로, 두 손으로 활과 화살을 당기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재인(在寅)은 새싹이 파랗게 솟아오르는 대지 위에서 활시위를 힘껏 당기는 장면이 그려진다. 또 성이 문(文)이기 때문에 활을 당기는 무(武)와 조화를 잘 이루었다.
홍준표(洪準杓) 자유한국당 후보의 원래 이름은 ‘홍판표(洪判杓)’였다고 한다. 초임 검사 시절, 첫 근무지였던 청주지검에서 동향 출신의 판사가 “판사도 아닌데 이름에 판(判)자가 들어가니 안 어울리고 이름에 칼 도(刀)자까지 들어 있어 좋지 않다”며 개명을 권해 바꿨다고 한다. ‘법도 준(準)’은 ‘물 수(氵)+새매 준(隼)’의 형태다. 물에 준거해 새매가 균형을 잘 잡는다는 데서 표준을 뜻하는 의미로 전화되었다. ‘자루 표(杓)’는 국자의 나무 손잡이라는 뜻이다.
그의 강점은 넉살과 입담이다. 기사회생의 지경에서 반전의 상승세를 보여준 것은 물의 기울기에 맞춰 평형을 잘 맞추는 준(準)의 이름 덕도 있다. 다만 물 위에서 새가 과하게 재주를 부리면 위험하듯 지나친 막말, 비정한 말 등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칼로 반으로 가르는 일도양단(一刀兩斷)의 판(判)보다는 지금의 준(準)이 낫다.
안철수(安哲秀) 국민의당 후보의 한자 이름에는 ‘전교 1등 모범생’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밝을 철(哲)’은 ‘꺾을 절(折)+입 구(口)’의 회의글자로, ‘언사를 통해 똑부러진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밝을 철은 ‘쌍길 철’이라 불리는 ‘밝을 철(喆)’과도 통하는데, 명석한 사람의 언사나 행동은 순조롭고 길할 수 밖에 없다. ‘빼어날 수(秀)’는 ‘벼 화(禾)+이에 내(乃)’의 글자다. 성능이 빼어난 낫 모양의 농기구(乃)로 곡식을 거둬들인다는 의미다. 철(哲)은 교수, 수(秀)는 벤처기업가란 이력과 관련지어 볼 수 있다. 게다가 성(姓)까지 ‘편안할 안(安)’이니 그는 평생 財와 才를 통해 편안하게 지낼 가능성이 높다.
유승민(劉承旼) 바른정당 후보의 이름에서 ‘받들 승(承)’은 앉은 사람 절(㔾)을 두 손으로 받드는(廾) 모양으로, 높은 사람을 보필하는 모습이다. 절(㔾)은 군주제 사회에선 군주, 민주사회에선 국민을 받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화락할 민(旼)’은 ‘날 일(日)+무늬 문(文)’ 형태의 글자로, 따스한 햇빛 아래 만물이 자라나는 모습이다. 따뜻한 보수를 슬로건으로 내거는 것은 민(旼)과 관련지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심상정(沈相奵) 정의당 후보의 이름을 살펴보자. ‘서로 상(相)’은 ‘나무 목(木)+눈 목(目)’의 글자다. ‘나무를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핀다’와 ‘높게 자란 나무 위에 올라가 두루 살핀다’는 해석 모두 가능하다. ‘얼굴 넓적할 정(奵)’은 심 후보의 얼굴형만 생각해도 연상될 것이다. 정(奵)은 계집 녀(女)와 고무래 정(丁)이 합쳐진 글자다. 정(丁)은 못, 건장한 장정을 뜻한다. 즉, 사내 같은 남자라는 뜻이 담겨 있다. ‘걸크러시’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 심(沈)은 산 아래 움푹한 곳에 고인 물로, 깊음을 뜻한다. 깊게, 두루 씩씩하게! 심상정 이름 석 자를 보면 올림픽 구호가 겹친다.
어느 후보가 당선하든, 부디 명실상부한 리더십을 발휘해 역사에 명불허전의 업적을 남기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