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마크롱 시대] ‘연극반 선생님에서 영부인까지’ 마크롱 부인, 정부 핵심 역할까지 맡나

입력 2017-05-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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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 당선인과 부인 브리짓 트로뉴. 사진=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 당선인과 부인 브리짓 트로뉴. 사진=AP뉴시스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극우정당의 마린 르펜을 꺾고 제25대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 된 마크롱만큼이나 그의 정치적 조언자 역할을 한 부인 브리짓 트로뉴(64)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크롱은 정치 이력만큼이나 부인 트로뉴과 극적인 연애사로도 유명하다. 마크롱과 트로뉴는 20여년 전 학생과 제자 신분으로 처음 만났다. 마크롱은 북부 도시 아미앵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같은 학교 문학 선생님이었던 브리짓 트로뉴와 연극반 활동을 하다 사랑에 빠졌다. 당시 마크롱은 16살. 트로뉴는 24세 연상에, 마크롱과 또래인 자녀 3명을 둔 유부녀였다. 어렸을 때부터 조숙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마크롱은 자신의 생각에 귀 기울여주고 조언해주는 트로뉴에 매력을 느꼈다. 마크롱이 트로뉴 이전에 또래 여자와 교제를 한 것은 단 한 차례였다. 마크롱의 부모는 당연히 아들의 불륜을 허락하지 않았다. 급기야 둘을 떼어놓으려고 마크롱을 파리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시켰다. 그러나 마크롱은 “꼭 다시 돌아와 선생님과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물리적 거리가 두 사람을 떼어놓지는 못했다. 마크롱과 트로뉴는 떨어져 있는 동안 전화통화로 사랑을 확인했다.

결국 트로뉴는 이혼하고 2007년 마크롱과 재혼했다. 마크롱과 트로뉴 사이에 자녀는 없다. 하지만 마크롱은 트로뉴가 전 남편 사이에 둔 딸 한명, 아들 두명, 그리고 손주 7명을 자신의 가족이라고 말한다. 7명의 손주들은 마크롱을 ‘아빠(Daddy)’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은 24세 연상의 부인 트로뉴가 마크롱의 초보 대선 후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켜주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트로뉴와의 부부생활로 성숙한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로뉴는 대선 기간 마크롱의 정치적 조언자 역할도 톡톡히 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전에서도 유세에 동행해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가 하면 남편의 연설문 작성도 도왔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로뉴가 단순히 영부인을 넘어 마크롱의 새 행정부에서 교육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로뉴는 20년 넘게 교직에 몸담았던 경험을 살려 교육개혁에 나서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처럼 영부인의 영향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1953년생인 트로뉴는 초콜릿 제조업체 상속녀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다. 그의 제자들은 트로뉴를 열정적이고, 활동적이며 유쾌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트로뉴는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데 ‘정치인 아내’ 패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린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트로뉴는 마크롱과 함께하는 공식석상에서 파스텔 톤 정장이나 드레스가 아닌 청바지에 운동화를 매치하거나 가죽바지에 스틸레토 힐을 신고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트로뉴의 지나친 정치 개입이 마크롱에 역풍이 될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마크롱의 경제 스승이었던 크리스티앙 몬쥬는 트로뉴의 잦은 개입은 자칫 ‘마마보이’ 이미지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1차 투표에서 승리한 후 마크롱이 자신을 대신해 트로뉴가 연설하도록 하자 일부 지지자들은 “우리는 대선에서 영부인을 선출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을 뽑는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몬쥬는 “마크롱이 누군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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