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마크롱 시대] 사상 최연소 대통령은 ‘전진’할 수 있을까

입력 2017-05-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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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성인이 7일(현지시간) 파리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출처 = AP연합뉴스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성인이 7일(현지시간) 파리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출처 = AP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는 65% 이상의 득표율로 중도 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승리했다. 앞으로 일주일간 대통령직 인수 작업이 진행되며, 14일부터 프랑스 대통령으로서의 업무를 시작한다.

그러나 선출직 경험이 전무한 마크롱이 창당 1년이 겨우 넘은 신생 정당을 기반으로 국정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인 39세에 대통령에 취임하는 마크롱이 유럽연합(EU)과 이민, 취업 등 다양한 문제로 분열된 프랑스 사회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 벌써부터 회의론이 부상하고 있다.

◇마크롱에 남겨진 ‘올랑드 레거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최근 프랑스 역사상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으로 엘리제궁을 떠난다. 그의 지지율이 형편없는 건 2012년 취임 당시에 한 경제를 부활시켜 실업률에 제동을 걸고 공공 지출을 억제한다는 공약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올랑드가 남긴 경제적 레거시는 그의 지지율을 이처럼 초라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프랑스 경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속도는 둔하지만 꾸준히 성장했다. 다만, 독일 영국 미국 같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진 것이 문제였다. 올랑드의 임기 막바지인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1.1%로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프랑스 경제 성장률은 여전히 EU 평균 성장률인 1.8%에는 미치지 못했다. 올 1분기에는 성장률이 전 분기의 0.5%에서 0.3%로 둔화하며 전문가 예상치를 밑돌았다.

결정타는 서민 생계와 직결되는 고용 경색을 해결하기 못한 것이다. 올랑드는 2012년 대선에서 취업 기회를 늘려 실업률을 낮추겠다는 공약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재임 중 실업률은 계속 올라 최근 10%를 돌파했다. 이에 올랑드는 ‘경제 비상사태’라고 명명하고 고용시장 해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미 인건비에 대한 세액 공제를 도입한 올랑드는 2016년에는 인력 채용과 해고를 쉽게 만드는 고용 관련 법안을 밀어붙였다. 주 35시간 노동제는 지키면서 직업 훈련 기회와 직장에 복귀할 경우의 인센티브도 늘렸다.이러한 대책은 일련의 효과를 거둬 실업률은 지난 1년간 약간의 개선을 보였다.

하지만 올랑드의 개혁은 좌파의 반발을 잠재우진 못했다. 지난해 신규 채용의 86.4%는 임시 고용, 그 중 80%는 계약 기간이 1개월 미만이었다. 한편 장기 실업률은 높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실업자의 43%는 1년 이상 일이 없어 이 통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취약한 것이 젊은이와 이민자 등 숙련도가 낮은 노동자다. 프랑스 청년 실업률은 영국의 약 2배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하락 경향과는 대조적이었다.

◇최우선 과제는 분열된 사회의 통합

마크롱은 올랑드가 남긴 경제적 레거시를 청산하는 게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선 의회의 협조와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는게 필수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이번 대선 결선 투표에선 프랑스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유권자는 사전 선거인 명부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번 결선 투표에서 등록을 마친 유권자의 약 25%가 투표를 기권했다. 이는 196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무기명 투표도 10%를 넘어섰는데, 이 역시 전례없는 수준이다. 이는 결선에서 맞붙은 마크롱과 르펜 모두 공화당과 사회당 등 프랑스의 양대 정당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거대 정당을 지지해 온 유권자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중도 성향인 마크롱의 모호한 정치 색깔도 걸림돌이다. 마크롱은 사회당 출신으로 올랑드 정권에서 경제장관을 지냈지만 대선에서 내건 정책은 신자유주의적인 느낌이 강했다. 좌파와 급진 좌파 후보를 지지해 온 유권자에게 극우 르펜의 대항마로 부상한 게 중도의 신자유주의자인 마크롱이었던 만큼 마크롱의 정책에 동의하지 못한 유권자도 적이 않았다는 것이다.

마크롱은 당선이 확정되자 연설에서 “많은 유권자가 보여준 분노와 불안, 의심에 진지하게 마주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며 분단 된 프랑스 사회의 통합을 약속했다.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가진 연설에서는 무대에 등장할 때 일부러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틀었다. 이 곡은 유럽의 통일을 상징하는 것으로 EU 테마곡으로 공식 사용되고 있다. 은연 중에 프랑스 사회 통합의 염원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가운데 왼쪽) 프랑스 대통령 당선인과 부인 브리짓 트로뉴 여사가 7일(현지시간) 파리의 대형 쇼핑몰 까루젤 뒤 루브르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대선 승리의 기쁨을 전하고 있다. 파리/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가운데 왼쪽) 프랑스 대통령 당선인과 부인 브리짓 트로뉴 여사가 7일(현지시간) 파리의 대형 쇼핑몰 까루젤 뒤 루브르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대선 승리의 기쁨을 전하고 있다. 파리/EPA연합뉴스

◇의석 ‘제로’...마크롱은 전진할 수 있을까

마크롱은 의회 기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그 첫 번째 고비는 6월 11일과 18일 치러지는 총선이다. 이 총선에서는 제5공화국 제15차 하원의원 577명이 새로 선출된다. 마크롱이 이끄는 중도 성향 신당 ‘앙 마르슈!((En Marche·전진)’가 총선에서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려면 최소 과반인 289석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EU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유로존 통합을 진전시키겠다는 마크롱의 정책 실현이 가능하다.

마크롱은 프랑스의 재정적자를 해소할 목적으로 최대 10만 명이 넘는 공무원 인원 감축과 프랑스에 오는 난민 수용을 포함한 이민자 수용에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에 대한 투자 확대와 고용 촉진, 연금 개혁 등 마크롱이 유권자에게 내건 정책은 많지만 이들 정책을 순조롭게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의회 장악이 먼저다.

마크롱은 오는 15일 총리를 지명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누가 될지 불투명하다. 누가 총리가 되느냐에 따라 마크롱 정권이 내세우는 정책의 우선 순위가 더 명확해진다. 마크롱은 이전부터 “오랫동안 있을 인물을 임명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6월 총선에서 마크롱의 앙마르슈가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총리가 단명할 수도 있다.

총선 출마자는 15~19일 사이에 입후보해야 한다. 앙마르슈는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옹립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인 오피니언웨이가 최근 내놓은 조사에 따르면 총선에서 앙마르슈가 249~286석을 획득해 제1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마크롱이 이끄는 정당이 의회에서 다수당이 되는 걸 우려하는 프랑스 유권자도 적지 않지만 연정을 감안할 경우 마크롱이 의회를 장악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유럽 극우 바람, 이대로 꺾이나

반(反) 이민과 보호주의 등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생함으로써 유럽에도 극우 포퓰리즘이 부상한 게 사실이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결선까지 올라온 게 그 반증이다.

그러나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는 마크롱이 당선되고, 앞서 3월 15일 열린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중도 우파 여당인 자유민주당이 제1당을 유지했다. 극우 성향의 헤이르트 빌더르스의 극우자유당(PVV)이 제1당이 되지 못했다.

다만 이런 결과만으로 극우 바람이 잠재워졌다고 생각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다. 네덜란드 총선에서 PVV는 의석을 5석 늘려 의석 수는 자유민주당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은 그의 부친 장-마리 르펜이 창당, 이민자 수용 제한과 반 EU, 보호주의 정책만을 내세웠지만 현재 르펜의 국민전선은 이런 극단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며 지지 세력을 넓히고 있다. 이번 대선 결선 투표에서는 마크롱에게 패했지만 1000만 명 이상(35%)이 르펜을 찍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의 극우 바람은 일단 진화됐지만 마크롱은 내달 총선에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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