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 신기원 연 애플…트럼피즘도 못 말린 애플 파워

입력 2017-05-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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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진=AP뉴시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진=AP뉴시스

애플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 8000억 달러(약 909조원)를 돌파하며 미국 증시의 신고점을 새로 썼다.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아닌 펀더멘탈에 기반한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애플 주가는 전일 대비 0.6% 상승한 153.9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애플의 시총은 8027억2300만 달러를 기록해 미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시총 80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서게 됐다.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구성하는 102개 중소기업의 시총을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일각에서는 시총 1조 달러 돌파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30% 넘게 올랐다. 애플 주가가 탄력받은 것은 ‘투자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 확대 사실이 공개된 이후부터다. 여기에 10주년 아이폰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애플만 상승세를 기록한 것은 아니다. 이날 애플의 오름세에 힘입어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P500지수도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 증시는 지난해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이른바 ‘트럼프 랠리’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감세 정책과 인프라 투자 정책 등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시에 훈풍으로 작용했다. 그 중 IT 종목은 감세 계획과 인프라 투자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면서 미국 증시 강세를 견인했다. 실제로 아마존과 페이스북 주가는 올 들어 20~30% 올랐다.

하지만 트럼프 랠리가 지속된 것은 아니었다.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화 등 친기업 정책의 입법화가 시장의 기대보다 더 늦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실행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단순한 트럼프 랠리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스콧 렌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 수석 글로벌 증시 전략가는 “이는 트럼프 랠리가 아니다”면서 “증시 랠리의 대부분은 펀더멘털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미국 기업들은 5년 만에 가장 좋은 분기 성적을 내놓고 있다. 실적 호조에 힘입어 미국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주당 순이익(EPS)은 13.3%를 기록, 2011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리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날의 경우 프랑스 대선에서 중도 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 정당의 마린 르펜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안도감이 퍼진 가운데 애플 효과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는 23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증시 랠리에 대한 경계심도 여전하다.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서 “이에 사람들이 앞으로 경계심을 갖게 되면서 주기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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