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유럽연합(EU)이 빼든 규제의 칼날에 휘둘릴 위기에 직면했다고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연말까지 미국 IT 기업들의 반독점 행태와 검색 엔진에서 알고리즘 투명성 등을 재고할 규제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그동안 유럽의 IT 기업인 스포티파이, 로켓인터넷, 디저 등은 구글이 검색 엔진으로서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EU의 발표는 미국 IT 기업들 때문에 고사하는 유럽의 중소 IT 기업들을 보호하려는 방편 중 하나라고 WSJ는 전했다. EU 집행위원회의 요르겐 그렌 수석 책임자는 “현재 미국 IT 기업의 플랫폼이 게이트 키퍼(정보를 독점하는 주체)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EU는 IT 기업 중에서도 구글 때리기에 그동안 집중해왔다. 구글 검색 결과의 투명성에 의구심을 가지며 알고리즘 작동법이 투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도 EU는 구글이 자사와 광고 계약 맺은 기업을 검색 결과에서 우선으로 노출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이미 2011년 구글이 쇼핑 서비스를 검색할 때 자사와 관련한 서비스를 먼저 제공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작년에 EU는 구글이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 이용자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구글을 포함한 브라우저가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는 데 이용자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만일 기업이 이를 위반하면 매출의 최대 4%를 벌금으로 부과받을 수 있다.
미국 IT 기업을 대표하는 로비 그룹은 즉각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의 제임스 워터워스 유럽 부사장은 “시장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이 없을 때 EU가 개입해야 한다”며 EU의 규제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IT 기업의 플랫폼을 통해 증오 발언이 노출되는 것도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지침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EU 측은 구체적인 입법 계획은 아직 없으나 사용자가 신고했을 때 절차를 최소화하고 규정을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에서는 지난달 혐오, 증오 발언이 담긴 콘텐츠를 지우지 않는 기업에 최대 5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