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의 경제성장을 내세운 ‘제이(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가 막을 올렸다. J노믹스의 두 축은 일자리 창출과 재벌 개혁으로 요약된다.
재계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 이어졌던 기업 주도의 성장론에서 정부 주도로 전환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언제 어떤 강도로 현실화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련기사 3면>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재벌 가운데 10대 재벌, 그중에서도 4대 재벌(삼성·현대차·SK·LG)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소송제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서면투표제 △대표소송 단독주주권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은 △지배구조 개혁과 투명한 경영구조 확립 △재벌의 확장력 억제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 등을 이뤄 나가겠다는 목표다.
재계가 가장 긴장하는 부분은 상법 개정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등은 커다란 파장이 우려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들이 투표해 과반 이상을 획득한 이사만 선임하는데, 후보 수만큼의 투표권을 한 명에게 몰아줄 수 있다. 과거 칼 아이칸이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KT&G 이사 한 명을 선임한 사례가 있다. 집중투표제가 법제화하면 소액 주주나 일반 대주주가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이사를 이사회에 진출시킬 여건이 마련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감사위원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이 경우 지분 소유 계열사가 하나밖에 없는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비지주회사보다 경영권 방어가 곤란한데, 이는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던 기존 정책과 어긋나게 되는 셈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재계는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 주주 간 이해가 상충할 소지가 있고 불필요한 소송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약에는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을 규제하는 내용도 있다. 현재 지주회사는 상장사 지분을 20%, 비상장 회사는 40%까지 보유해야 하는데 이를 각각 10%포인트씩 올려 지주회사를 이용한 재벌 총수 일가의 손쉬운 경영 승계나 지배력 남용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이 현실화하면 현재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롯데를 비롯, 앞으로 체제 전환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은 지분 확보를 위해 자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재벌 개혁을 명분으로 한 규제 강화가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하는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결국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과 민간의 자율성 가운데서 적정한 균형을 찾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돼 있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일자리를 없애는 정반대 정책만 내놓는다”면서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든다는 원칙엔 동의하지만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가 살아나는 방안을 찾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