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거래의 기술’에는 능숙할지 몰라도 해고에는 서툴렀다. 그가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적으로 경질한 것은 그 자체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미 국장이 해고당한 방식, 특히 해고 서신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10일(현지시간)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반면교사 사례가 될 이번 코미 국장 경질을 통해 올바른 해고의 기술을 소개했다.
◇해고는 개인적으로 통보해야=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트럼프가 코미 국장에게 ‘개인적으로’ 해고됐다는 사실을 전달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코미 국장은 전날 로스앤젤레스(LA)의 FBI 사무실에서 해고 소식을 TV로 접했다. 그는 처음에 뉴스가 장난인 줄 알고 실소하기까지 했다.
영국 인력개발연구소(CIPD)의 레이첼 서프 고용 담당 고문은 “정말로 코미 국장에게는 모욕적이었을 것”이라며 “해고는 뜬금없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반드시 얼굴을 직접 본 자리에서 이 소식을 전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스트럭티브HR에이전시의 최고경영자(CEO)이자 BBC 인적자원 담당 이사였던 루시 애덤스도 “누군가를 해고하려 한다면 적어도 개인적으로 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서신에 상투적 내용은 피하라=애덤스 CEO는 “서신을 끝맺는 방식이 중요하다”며 “트럼프가 ‘앞으로 너의 건투를 빈다’라는 말로 마무리한 것은 상투적이어서 피해야 할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서프 고문은 “트럼프의 서신은 너무 짧고 간결해 냉소적으로 보였다”며 “좀 더 긍정적이며 격려하는 어조로 서신을 마무리 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기 변명을 늘어놓지 마라=트럼프의 해고 서신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두 번째 문단이었다. 여기서 트럼프는 “내가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 관련) 조사 대상이 아님을 알려준 것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법무부와 함께 당신이 FBI를 효율적으로 이끌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애덤스 CEO는 “사람을 해고하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차원의 자아도취”라고 비판했다. 서프도 “트럼프 서신이 짧은 것은 물론 자기에 대한 내용 만으로 이를 채운 것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트럼프가 코미 국장을 해고하는 와중에도 그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중심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지 마라=트럼프는 또 서신에서 “법무장관과 법무차관의 해고 권고에 따라 결정됐다”며 해고 책임을 남에게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서프 고문은 “최고경영자(CEO)라면 절대 그룹 경영진이나 인사부서의 결정이라고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말은 금세 다른 직원들에게 퍼져 당신의 평판에 해를 입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즈메리 구야트 호주HR인스티튜트 HR 매니저는 “누군가가 부당하게 해고당하면 당신에게 매우 적개심을 품게 될 것”이라며 “해고 서신은 매우 올바르게 작성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법을 무시하지 마라= 고용규칙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다양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누군가를 해고할 때 법을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프는 “근로자 보호법안이 분명히 있다. 여기에 명시된 절차를 어기면 이는 계속 당신을 따라다니게 될 것”이라며 “서신은 해고 이유와 시점은 물론 보상이나 남은 월급 등 금전적 이슈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CEO들이 트럼프처럼 해고했다가는 소송 등 골치아픈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