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10.원덕태후(元德太后)

입력 2017-05-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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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집권기 때 강화 유배 14년만에 왕실로

▲곤릉.
▲곤릉.

원덕태후 유씨(元德太后 柳氏·?~1239)는 고려 제22대 왕인 강종(1152~1213)의 왕비이다. 아버지는 종친인 신안후(信安侯) 왕성(王珹)이며, 어머니는 인종과 공예태후의 딸인 창락궁주(昌樂宮主)이다. 강종의 아버지인 명종도 인종과 공예태후의 아들이므로, 원덕태후와 강종의 혼인은 사촌간의 근친혼(近親婚)이라 하겠다.

강종은 1170년 최충헌(崔忠獻)이 의종을 폐위하고 옹립한 명종의 맏아들이다. 1173년 태자에 책봉되었는데, 무신란의 주역이었던 이의방(李義方)이 1174년 자신의 딸을 태자비로 넣었다. 이 여성이 사평왕후(思平王后)로, 같은 해 이의방이 살해되면서 그녀 역시 폐비되었다. 이에 1175년 원덕태후가 두 번째 태자비로 간택되었다.

명종은 비록 실권이 없는 왕이기는 했지만 장수하여 무려 27년간 재위했고, 태자부부는 오래도록 태자 지위에 머물러 있었다. 이들 부부는 아이가 생기지 않다가 혼인한 지 17년 만인 1192년에 드디어 아들 고종을 낳았다. 그러나 1197년 시아버지 명종이 폐위되고, 태자 역시 부왕과 함께 강화도로 내쫓겼다. 개경에서는 명종의 뒤를 이어 동생인 신종이 즉위했고, 신종이 죽자 다시 그 아들인 희종이 왕위를 계승하였다.

강화도에서의 삶은 ‘간난신고(艱難辛苦)’ 그 자체이며, 어떤 희망도 없는 삶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1211년 희종이 최충헌을 죽이려 일을 도모하였고, 이것이 실패하여 폐위되었다. 최충헌은 강화도에 유배되어 있던 태자를 개경으로 소환하여 강종으로 옹립하였다. 이때 강종의 나이 60세였고, 강화로 유배된 지 무려 14년 만이었다. 태자비는 1212년 왕비·연덕궁주(延德宮主)로 책봉되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 왕비 책봉문에 의하면 ‘후비의 덕은 왕화(王化)의 기초가 된다. 왕비는 현숙한 자질과 아름다운 자태와 덕행을 가졌다. 태자를 낳았으며 자애와 혜택을 널리 베풀어 공로가 뚜렷하다’고 책봉 이유를 쓰고 있다.

그러나 고통의 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일까? 강종은 2년 뒤 병이 들어 1213년 62세로 눈을 감았다. 그렇지만 아들이 고종으로 즉위하였으니 원덕태후의 삶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할 수 있다. ‘고려사’에는 그녀 생전에 태후로 책봉했다는 기사가 없다. 그러나 1215년 왕이 ‘태후’를 모시고 청주동궁(淸州洞宮)으로 갔다는 이야기가 보여 기사의 누락일 뿐 그녀가 태후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원덕태후는 태후로서의 삶을 20여 년 이상 누리다가 1239년에 별세하였다. 시호를 ‘원덕태후’라고 하고, 곤릉(坤陵, 인천시 강화군 양도면 길정리 산75, 사적 제371호)에 안장하였으며, 1253년에 정강(貞康)이라는 시호를 추가하였다. 원덕태후의 삶은 고려 무신집권기 왕실의 수난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하겠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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