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의 속살] 초코파이·포카칩 속 오리온의‘과자과학’

입력 2017-05-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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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출시된 오리온 ‘초코파이情’은 40년이 지난 현재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는 국민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초코파이의 수출국은 60여 개국이며, 연간 글로벌 판매량은 21억 개에 달한다. 이제는 전 세계인의 파이가 된 오리온 초코파이, 단순한 과자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유사품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수분 과학이 담겨 있다.

초코파이는 수분 함량이 매우 높은 마시멜로와 상대적으로 수분이 낮은 비스킷, 초콜릿으로 만들어진다. 마시멜로 속 수분이 숙성을 통해 비스킷으로 이동해 초코파이만의 오묘한 식감을 연출한다. 오리온이 찾아낸 최적의 수분 함량은 13%. 오리온은 이 수치를 어떻게 찾아냈을까.

1995년 오리온이 중국에 현지 생산공장을 짓고 있을 당시 ‘제품에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졌다. 그해 여름 중국 남부지역에 장마가 있었는데 초코파이가 우리나라와 다른 고온다습한 현지 기후를 잘 견뎌내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당시 초코파이 낱개 포장 재질은 열과 공기의 투과가 비교적 잘되는 편이었다. 이에 오리온 생산 제품 전량을 리콜하기로 하고, 수거된 제품 10만 개를 한데 모아놓고 불에 태웠다.

초코파이 소각 사건은 오리온 본사에서도 곰팡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초코파이 개발팀은 1년여 동안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수술용 메스까지 사용, 파이를 정교하게 분해했다. 처음에는 수분 함량 10~15%를 놓고 미생물의 번식, 식감의 차이를 연구했다. 그렇게 매달리길 꼬박 1년. 마침내 최적의 수분 함량 13%를 찾아냈다. 방부제나 알코올을 전혀 쓰지 않고도 혹한의 러시아부터 열사의 땅 중동지역까지 6개월 넘게 변함없는 품질과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찾아낸 것이다.

오리온의 과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감자 스낵 ‘포카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유의 바삭한 식감과 감자 본연의 담백한 맛에는 오리온의 오랜 연구가 담겼다.

보통 일반 감자로 분류되는 수미감자는 모양 자체가 울퉁불퉁 일정치 않고, 기름에 튀겨내면 색깔이 거무튀튀하게 변하는 단점이 있다. 여기서 오리온은 포카칩만을 위한 감자 종자를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988년 오리온은 강원도 평창 23만1000㎡(약 7만 평) 땅에 감자연구소를 설립, 10여 년의 연구 끝에 ‘두백’이라는 이름의 종자를 개발했다. 고형분 함량이 높아 튀겼을 때 더 바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고, 감자 고유의 색을 잃지 않아 생감자칩 원료로 제격이다.

이뿐만 아니라 포카칩의 두께는 1.3㎜ 안팎이다. 이 두께는 감자 내 전분 등의 물질인 고형분 함량에 따라 0.01㎜ 단위로 달라진다. 포카칩 연구원들은 그해 감자 작황에 따른 최적의 두께를 찾아내고자 매년 패널들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맛은 물론 식감 등 다양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로 제품의 두께를 미세하게 조정해 최고의 맛을 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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