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보호무역주의 강경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지명자를 최종 인준했다. 이로써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은 11일(현지시간) 찬성 81표, 반대 15표로 라이트하이저 인준안을 가결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라이시저를 공식 임명하고 한미 FTA와 나프타의 재협상을 선언한 뒤에 90일간의 의회 회람 기간을 거치면, 정식으로 재협상 절차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한미 FTA와 나프타의 재협상을 주장해왔으나 라이트하이저 인준이 늦어지면서 협상 역시 진척을 내지 못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USTR 대표 없이 협상을 시작하는 것을 꺼려왔기 때문이다. 반면 멕시코와 캐나다는 재협상 대표를 선임하는 등 준비 태세를 일찌감치 갖췄다.
라이트시저의 인준안이 가결됐으나 미국 안팎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등 일부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은 나프타 재협상이 자유무역협정에 의존도가 높은 미국 지역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라이트하이저 인준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라이트하이저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USTR 부대표로 20여개 양자 무역협정 체결에 참여한 통상 전문가다. 이후에는 수십 년간 미국 철강산업 등 무역통상 부문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인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지난 1월 초 USTR 대표에 지명되자 “미국인 노동자를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임무에 헌신해 모든 미국인에 혜택을 주는 더 좋은 무역협정을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인준으로 라이트하이저는 앞으로 주요 무역협정에서 미국 측 대표를 맡아 재협상을 주도하게 된다. 특히 한미 FTA 재협상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과의 무역 재협상이 난항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트하이저는 지난 3월 상원인준청문회에서 한국과 멕시코를 대표적인 대미 무역 흑자국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