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제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반도체 업계 간 순위도 뒤바뀔 조짐이다. 특히 인텔에 밀려 만년 2위인 삼성전자가 2분기에는 선두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은 1분기보다 약 7.5% 증가한 149억4000만 달러(약 17조 원)로 인텔(144억 달러)의 매출액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PC의 종합처리장치(CPU)에 집중해 온 인텔은 1993년 이후 줄곧 반도체 업계 선두 자리를 지킨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지난 1분기 인텔은 매출액 142억2000만 달러, 삼성전자는 135억8000만 달러를 기록해 업계 1,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인텔의 매출 규모는 삼성보다 4% 많은 것에 그쳤고, 두 업체의 점유율 역시 각각 14.25%, 13.65%로 0.6%포인트로 좁혀졌다.
삼성전자의 급부상에는 D램과 낸드플래시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원동력이 됐다. D램 메모리 제품의 올해 1분기 평균 판매단가는 3.82달러로 작년 1분기보다 45%나 급등했고, 각종 IT 기기의 저장장치로 쓰는 낸드플래시 가격도 작년 1분기보다 40% 이상 상승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삼성전자 1분기 반도체 매출(약 136억달러)도 작년보다 무려 46%나 급증했다. 반면 인텔 1분기 매출(142억 달러)은 작년보다 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과거 개인용 컴퓨터나 디지털 카메라가 이끌었던 수요보다 훨씬 더 많은 메모리 용량이 스마트폰에 필요해졌고, 빅데이터를 처리할 사물인터넷 시대가 다가오면서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반도체의 수요는 당분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IC인사이츠는 하반기에는 가격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전체적으로도 D램 가격은 39%, 낸드 플래시 가격은 25% 상승할 것으로 진단했다. 스마트폰과 고성능 그래픽카드, 자율주행차 관련 자동차 장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메모리 공급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곳으로 독과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도 삼성전자가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의 1위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모든 반도체 기업에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