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전 감독이 삼성에서 후원하는 승마 캠프를 준비하기 위해 독일에 갔으나 최순실(61) 씨 딸 정유라(21) 씨에게만 지원이 집중됐다고 진술했다. 자신은 말 한 필조차 받지 못해서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했다.
박재홍(52) 전 마사회 감독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ㆍ현직 임원들에 대한 재판에 나와 이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진술에 따르면 박 전 감독은 2015년 8월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대회에 나가기 하루 전날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연락을 받고 만났다. 당시 그는 박 전 전무로부터 "삼성이 정유라만 지원하면 언론에서 문제 삼을 수 있고 명분이 안 서니 다른 선수들도 지원하기로 했다"라는 말을 들었다. 박 전 감독은 자신에게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그는 삼성이 만든 2020 도쿄올림픽 승마 종목 후원을 위한 캠프 준비단장이 돼 독일로 건너갔다.
특검이 "삼성이 정유라 단독 지원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용 지원이었는데 선뜻 승낙한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물었으나 박 전 감독은 "들러리로 생각 안 했다"라고 답했다. 장애물 부문 팀을 구성해 동계올림픽까지 출전하려고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이 정유라 한 명만 지원하면 명분이 안 서니 마장마술도 지원한다고 생각했다"라며 "대기업에서 한 명만 지원하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감독은 독일에 머무는 동안 삼성으로부터 단 한 차례 후원도 받지 못했다. 그는 "독일에 장애물용 말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라고 했다. 보통 자신이 머물던 독일의 승마장을 청소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정 씨 외에 다른 선수들에 대한 승마 지원은 전혀 없었다는 취지다.
지원을 받지 못한 그는 박 전 전무에게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했다. 박 전 감독은 "독일에서 장애물용 말을 알아보러 다닌다고 해서 최 씨가 화를 냈다는 사실을 박 전 전무에게서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 후원이 없자 지난해 1월 귀국했다.
박 전 감독은 이후 마사회에서 사직을 강요당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독일에서 말 사는 부분이나 박 전 전무가 최 씨와 싸우고 한국에 들어간 것 등으로 미움을 받았고 마사회에 압력 넣어서 자른 것 아니겠냐"고 했다. 최 씨가 마사회에 압력을 가해 박 전 감독을 자리에서 물러나려고 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삼성에서 정 씨뿐만 아니라 박 전 감독을 지원하려 했으나 최 씨의 방해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 전 감독 역시 "실제 삼성으로부터 해외전지 훈련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구색 맞추기'였다고 이야기한 것은 기억 안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