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반도체 사업 매각 없었던 일 되나...새 국면 접어든 도시바메모리 매각

입력 2017-05-1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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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도시바에 9000억엔 대출 검토...美 WD, ICC에 매각 금지 중재 신청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P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P뉴시스

일본 정부가 자국의 최첨단 기술자산의 해외 유출 우려에 직접 보증까지 서는 방안까지 검토하며 도시바 반도체 사업 사수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러 변수 발생으로 매각 논의 자체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도시바 측에 대출 보증을 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매각건을 놓고 마음에 드는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자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 원하는 거래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정부가 고려하는 은행 대출 보증 금액은 최대 9000억 엔(8조930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보증 방식은 민관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가 전면에 나서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는 현재 협상 테이블에 INCJ의 자본 3000억 엔을 올려놓고 대출을 통해 자본 규모를 끌어올려 지분 51%를 취하는 방안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금액은 미국 사모펀드 KKR과 일본개발은행이 각각 3000억 엔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입찰에 나선 기업들과 매각 논의는 민관펀드인 INCJ의 통제 아래에 놓이게 된다. 한 소식통은 INCJ 측이 현재 M&A가 도시바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데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 고위 관료들은 대출 보증 가능성을 높여 동시에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매각 가격을 높이는 방안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그야말로 파산 위기에 몰려있는 상태다. 2015년 회계 부정 스캔들을 시작으로 미국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막대한 손실, 이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주식시장 퇴출 위기까지 놓이게 됐다. 이에 알짜사업이었던 반도체 사업부 매각에 나선 상태다.

현재 미국 브로드컴과 한국 SK하이닉스 등이 입찰에 나섰으며 지난해 샤프를 인수한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이 애플과 공동 입찰을 고려 중이다. 혼하이는 일본 정부를 의식해 절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까지 끌어들이는 방안까지 생각하고 있다. 해외 자본의 높은 관심에도 일본은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 우려에 좌불안석이다. FT는 이같은 움직임은 일본 정부가 자국의 최첨단 기술자산 유출을 어느 정도로 민감하게 생각하는 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이전에도 자국 기업들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유도했으나 입찰에 나선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문제는 일본 정부의 개입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여러 변수로 인해 절차가 더뎌지면서 매각 논의가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날 도시바의 협력사인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국제상업회의소(ICC)에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매각을 막아달라고 중재를 신청했다. 웨스턴디지털 측은 동의를 얻지 않고 메모리 사업을 매각하려는 것은 심각한 합작 계약 위반이라는 입장이며 인수 관련 독점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웨스턴디지털의 중재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매각 논의는 전면 백지화된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 사업 매각으로 자금 수혈을 하려던 도시바의 재건 노력도 물거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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