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4대 비전 12대 약속’을 약속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며, 131만 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선순환 구조로의 전환 의지를 밝혔다. 이는 역대 정부들이 낙수효과를 뿌리로 삼은 기업 주도의 성장 기조와 차이가 크다. 미완성의 정책으로 낙인됐던 재벌개혁을 통한 경제민주화도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다. 4차 산업혁명과 중소벤처 기업 육성을 앞세운 미래성장 엔진도 가열시킬 조짐이다. 부동산정책을 비롯해 에너지·농어촌 육성, 저출산 고령화, 복지, 교육 등 정책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투데이는 각 분야 전문가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채택할 주요 공약에 대해 심층 진단하는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 핵심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한국경제를 선순환 구조로 바꿔 놓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5년간 공공부문 81만 개와 민간부문 50만 개 등 총 13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현재 7% 수준에 불과한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21%)의 절반인 10.5%까지 끌어올리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민간부문 50만 개 창출은 연장근로를 포함한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원칙을 준수하고, 공휴일 확대와 연차사용 촉진 등의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만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에는 단지 숫자만 늘리는 선에 그치지 않고, 질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도 같이 병행돼 추진된다. 최저임금(시급)을 1만 원으로 올리고, 현재 32%를 웃도는 비정규직 비율을 OECD 평균인 18% 수준으로 줄여 차별을 해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퇴직자에게만 적용하던 체불임금 지연이자 20%를 재직자에도 적용하고, 일명 알바 존중법을 도입해 청년의 일자리 기본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다만, 실현 방법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당장 공공부문의 일자리에 소요되는 재원 마련과 민간기업 확산은 솔로몬의 지혜가 요구된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실장은 “공공부문의 일자리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투입되는 재원도 많아진다는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세금과 관련한 증세나 소득공제 축소 등의 다양한 세수확보 방법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도 증세가 불기피하다는 의견이다.
주 실장은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늘어난 만큼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규모도 커진다”며 “이 경우 세금 확충을 통한 재원 마련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증세를 하더라도 사회적 합의와 함께 국회 통과가 이뤄질지는 낙관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에 따른 필요 재원을 증세나 국채를 발행해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며 “증세에 나서더라도 국민들의 조세 저항이 우려되고,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통과될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는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중심으로 증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은 경제단체의 반발에 이어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명확하다. 소득세 또한 최근 최고세율구간을 조정하면서 고소득자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자리 세부정책 놓고 시각차 존재 = 문재인 정부에서는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에도 심혈을 기울인다는 기본 방침을 세우고 있다. 다만, 세부 정책을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민간에서 일자리 시간 단축을 통한 50만 개 일자리 창출이나 비정규직 해소정책, 최저임금(시급) 1만 원 등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성 실장은 “일자리 질 측면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추진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판단된다”며 “민간부문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지만, 비정규직 비율 공시제도 신설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정책을 고민할 수 있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최저임금이나 알바존중법 등도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 중 최저임금의 경우 너무 빨리 올리면 중소 영세업자에게 부담이 되고, 느리면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잘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나치게 비정규직을 보호할 땐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 아래 기업 규제를 도입할 경우 오히려 현재 근무하는 비정규직 일자리도 사라질 수 있다”며 “여기에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도 꺼려해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4차 산업혁명 등을 통해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인력 창출이 한계에 달할 수 있다”며 “그런 만큼 정부가 노동 유연성을 안착시키고 규제 완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민간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