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배관 공사 입찰 과정에서 짬짜미에 참여한 삼성물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292억 원이 정당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2부(재판장 김용석 부장판사)는 삼성물산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2009년 5월 21일에 있었던 1차 담합이 옛 공정거래법상 처분시효인 5년이 지났다는 삼성물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가 같은 해 공정위에 사건 관련 단순 문의를 한 것은 위반행위 신고로 볼 수 없고, 조사는 2013년 10월 실시돼 처분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옛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위반행위가 끝난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처분을 할 수 없다.
재판부는 과징금 근거인 매출액 산정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담합은 경쟁을 통해 낙찰 금액이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구별로 낙찰자를 분배하고 투찰률을 미리 정한 행위"라며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뿐만 아니라 입찰담합에 가담한 다른 사업자에 대해서도 그 계약금액이 과징금 부과기준이 된다"라고 했다. 과징금은 담합 제재 수단으로 반드시 실제 낙찰 받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부과기준율 10%를 적용한 것도 공정위 재량으로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입찰 참가자격 기준을 완화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우려한 건설사가 이익 확보를 위해 대규모 담합해 경쟁 제한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담합행위 중에서도 위법성이 커 높은 과징금이 불가피했다는 취지다.
삼성물산 등 22개사는 천연가스 배관 공사 과정에서 2009년, 2011~2012년 총 26건의 입찰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공사를 예로 들면 기존에 입찰 참여 자격이 있던 12개사는 공사 구간 16곳에서 12곳을 각각 1개씩 나눠 가졌다. 나머지 4개 구간은 새롭게 참가 자격을 얻은 경남기업 등 4개 건설사와 나누기로 합의했다. 남은 건설사들은 각 공사의 공동 수급체로 정했다. 각자 배정받은 공사 외에는 입찰에 들러리를 서 낙찰예정자를 도와주기로 했다. 동전 뽑기를 통해 각자의 투찰율을 80~83% 범위 안에서 정했다.
공정위는 2015년 공사 입찰을 담합한 삼성물산 등 22개 건설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746억1200만 원을 부과했다. 각 기업별 과징금은 △현대건설(362억 원) △한양(315억 원) △삼성물산(292억 원) △SK건설(69억 원) 순이었다. 삼성물산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지난해 법원에 과징금 취소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