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구상에 등 돌린 EU…중국 기업만 배 불릴 것 우려

입력 2017-05-1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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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중국이 내놓은 성명서 지지할 수 없다”

중국이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구현하고자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열고 성명을 발표했으나 유럽연합(EU)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은 이날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폐막하면서 이니셔티브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는 자유 무역주의를 지지하는 동시에 실크로드 정신을 계승한 협력,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포럼에는 130국에서 약 1500여 명이 참석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폐막 연설을 하면서 2019년에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국의 야심에 EU 국가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한 EU 국가의 당국자는 “이번 일대일로 성명서는 그들이 인프라를 구축해 자신들의 물건을 파는 데 치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주재 프랑스 대사관은 이날 발표된 성명서를 두고 “투명성과 원칙을 바탕으로 한 접근이 보장될 때에만 유럽은 협력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U의 다니엘 로라시오 통상 부문 대변인은 “중국의 성명을 지지할 수 없다”며 “모든 기업이 같은 수준으로 참여할 수 없는 만큼 현실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성명에 지지한 국가 명단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포르투갈이 포함돼 있는데 EU 당국자들은 성명서가 포르투갈어로 번역되지 않았으며 지지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호르헤 토레스-페레이라 중국 주재 포르투갈 대사는 “무역 부분에서 EU 국가들이 일대일로를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 국가주석은 68개국이 서명했다고 밝혔으나 그것이 얼마나 구속력 있는 것이며 얼마나 많은 자본이 투입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구상이 중국 기업의 외국 시장 진출에만 도움이 되는 것을 몇몇 국가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자국의 이득만 취하고 외국 기업을 상대로 빗장을 걸어놓은 현 상황을 고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포럼에 불참한 인도는 중국이 파키스탄을 가로질러 건설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이 인도 지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PEC는 중국에서 파키스탄까지 도로·철도·에너지망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CPEC는 인도 영토를 지나는 데 중국은 인도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이니셔티브 성명서 초안에 포함했던 “국제적 공익”이라는 표현을 최종 성명서에서 생략했다. 중국이 자국의 이해만 추구한다는 혐의는 더 짙어졌다. 대신 중국은 성명서에 “중요한 국제적 구상”이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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