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하나…고조되는 트럼프 탄핵론

입력 2017-05-17 08:49 수정 2017-05-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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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지지율 50%에 육박·처음으로 반대 여론 넘어서…FBI 국장 해임 후폭풍에 기밀 유출까지 정국 혼란 주범·코미에게 러시아 커넥션 수사 중단 지시 의혹도 드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FBI 국장 해임, 러시아에 기밀정보 유출 등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트럼프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을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에는 없음) 터키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FBI 국장 해임, 러시아에 기밀정보 유출 등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트럼프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을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에는 없음) 터키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강경하면서도 거침없는 언변으로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특유의 입방정으로 인해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트럼프는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지난주 전격적으로 해임하고 나서 그 후폭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에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관련 기밀정보를 유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탄핵 위기에 몰리게 됐다고 1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퍼블릭폴리시폴링(PPP)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응답자의 48%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반대 응답은 41%였고 11%는 찬반 어느 쪽으로도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탄핵 지지 여론이 반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가 자신의 선거 캠프와 러시아 정부의 내통 의혹을 조사하는 FBI의 수장을 전격적으로 해임하면서 그만큼 여론이 악화한 것이다.

특히 여론조사 시점이 5월 12~14일로, 트럼프의 기밀정보 유출이 공개되기 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탄핵 여론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트럼프가 스스로 정국 혼란을 극대화하는 셈. 전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지난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회동할 당시, 핵심 동맹국으로부터 받았으며 다른 동맹국에 주지 않았던 기밀정보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 기밀정보가 이스라엘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적국에 기밀을 유출하는 입방정을 떠는 대통령을 그대로 둘 수 없다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미 앨 그린 하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 일부가 코미 국장 해임과 관련해 탄핵 분위기 조성에 나선 가운데 트럼프가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그린 의원은 “트럼프가 러시아 커넥션을 조사하던 코미 국장을 해임한 것은 그가 이 커넥션에 연관됐다는 것을 실질적으로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트럼프는 즉각 탄핵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도 이날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언제나 트럼프가 우리를 탄핵으로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우리는 마치 불타는 로마 안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탄핵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탄핵이 당장 가시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은 국회에서 통과된 탄핵소추안을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하는 한국과 달리 하원 과반의 동의로 탄핵소추가 이뤄진 뒤 상원에서 재적의원의 3분의 2인 67명이 찬성하면 탄핵이 결정된다. 민주당 의원 대부분도 탄핵보다는 코미 국장 해임 등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트럼프에 대한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 탄핵 목소리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날 새로운 의혹을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FBI 국장에게 지난 2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의 요청은 플린이 사임한 다음 날 이뤄졌으며 코미는 트럼프와의 회동 직후 상기 내용이 담긴 메모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NYT는 해당 메모를 읽었다는 두 사람의 진술을 확보한 뒤 이같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사태가 악화되는 와중에도 전혀 이를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대통령으로서 나는 러시아와 공개된 일정 가운데 정보를 공유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나는 절대적으로 러시아와 팩트를 공유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코미와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정보기관 내 정보를 유출한 내부자를 색출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와 맞붙었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개인 이메일을 공무로 사용했다는 스캔들로 인해 막판 판세가 엎어져 패배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최근 논란은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영국 BBC방송은 트럼프가 러시아에 기밀정보를 유출한 것은 미국 헌법상에 명시된 탄핵 이유 중 하나인 ‘중범죄와 경범죄’에 해당된다며 이 규정은 대단히 폭넓고 모호하지만 정치적 논란이 이어진다면 트럼프가 탄핵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준다고 경고했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이나 부통령 등 고위 공직자를 탄핵할 이유로 반역죄와 뇌물 수뢰죄, 중범죄와 경범죄 등을 들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탄핵 절차를 밟은 사람은 앤드루 존슨과 빌 클린턴 두 명밖에 없다. 두 사람 모두 ‘중범죄와 경범죄’ 항목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탄핵 위기에 몰렸으며 존슨은 상원에서 한 표 차이로 대통령 직을 지켰으며 클린턴도 성추문과 관련된 위증과 사법방해죄로 탄핵소추됐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워터게이트 사태의 장본인인 리처드 닉슨은 하원의 탄핵 표결 전 사임했다.

트럼프는 이번 파문에 따른 동맹국의 불신에도 직면했다. 캐나다 정보기관에서 분석관을 역임한 스테파니 카빈은 “미국 대통령이 서방 국가들의 국익에 적극적으로 반하는 국가(러시아)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은 절대적인 최악의 시나리오이며 악몽”이라며 “정보가 마르기 시작하고 그 결과 우리는 덜 안전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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