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유섭의 좌충우돌] 새 정부 일자리 정책과 한국 경제 체질

입력 2017-05-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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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국내외 경제학자들은 한국 경제를 평가하면서 골든타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주요 제조업(製造業) 분야의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과 자국 기업 보호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중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중국 제조업체들은 그간 자국 시장에서 엄청나게 축적한 부를 통해 공격적인 M&A로 선진 기술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개발에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분야의 기술혁신은 현장에서 나오는 것이 정설인 점을 감안하면 세계의 생산 공장인 중국의 추격은 한국 기업의 달리기보다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의 경영 행태는 국가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에서 국내 기업 전수조사를 통한 경영지표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주요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을 보자. 최근 6년간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0년 18.5%, 2011년 13.6%, 2012년 4.2%, 2013년 0.5%, 2014년 -1.6%, 2015년 -3.0% 등으로 나타났다. 4년 전부터 한국 기업들의 성장성 지표가 역주행을 시작한 셈이다.

반면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0년 6.7%, 2011년 5.6%, 2012년 5.1%, 2013년 5.3%, 2014년 4.2%, 2015년 5.1% 등이다.

성장성 지표와 수익성 지표가 엇갈린 모습이다. 이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수립하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은 성장성 지표를 되돌릴 수 있는 투자에는 소극적이다.

국내 기업의 부채 비율은 2010년 108.3%, 2011년 109.2%, 2012년 101.0%, 2013년 92.9%, 2014년 89.2%. 2015년 85.5%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출은 줄고 있지만, 그나마 남기고 있는 이익을 투자로 연결하지 못하고 시장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며 유보금을 쌓아 놓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새 정부는 공공 일자리뿐만 아니라 창업과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 정책을 찾을 계획이다. 경제계 일부에서는 다양한 BM(비지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는 창업 지원과 보호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종의 트렌드이다.

국내 초국적기업(超國籍企業)들은 메가트렌드를 이끄는 기업이다. 국내 최고 기업은 기술력은 세계 최고일지 모르지만, 전 세계적인 메가트렌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청년 창업에 대한 지원도 기존 트렌드와 제조업 분야의 실현 가능한 기술력에 한정돼 있지 않은지 되물어야 한다. 엉뚱하고 전혀 새로운 BM이 메가트렌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그에 따른 리스크도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메가트렌드는 국내 내수를 이끌 수 있는 마이크로트렌드를 낳고, 이는 다시 외국 수출길에 올릴 수 있다. 한국 중소기업은 초국적기업들이 만들어낸 메가트렌드에서 파생(派生)하는 마이크로트렌드를 만들어내는 데는 이미 증명을 하고 있다.

항공기도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새 정부의 5년은 향후 한국 경제의 50년을 준비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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