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세계 최대 PC 업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부진한 실적에 허덕였던 레노버가 다시 중국에 초점을 맞춘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양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내수시장에 주력하고자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양 CEO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레노버는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에 중점을 둔 소비자 중심 사업부와 데이터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기업 대 기업(B2B) 사업부로 개편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또 지난 2014년 구글로부터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를 진두지휘했으나 같은 해 회사를 떠난 류쥔이 중국 소비자 부문 책임자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위안칭은 “PC산업이 변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스마트 기기 시장을 갖고 있다”며 “중국은 신제품의 인큐베이터와 같다. 우리는 업계의 변화에 따른 새 기회를 활용하고자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016 회계연도 3분기(지난해 10~12월)에 순이익이 전년보다 67% 급감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중국시장에서의 실적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중국 전략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좀 더 이 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노버는 10여 년 전 IBM PC 사업부를 인수하고 나서 승승장구한 끝에 휴렛팩커드(HP)의 아성을 깨고 세계 최대 PC 업체로 올라섰다. 그러나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레노버는 HP에 세계 1위 PC 업체라는 타이틀을 다시 내주고 말았다. 이는 4년 만에 처음이다. 전 세계 PC 업체들이 지난 5년간 판매 쇠퇴 속에 악전고투한 가운데 HP는 미국에서 레노보에 앞선 것이 세계 1위 타이틀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레노버는 미국에서 8년 만에 점유율이 하락하는 굴욕도 맛봤다. 이에 홈그라운드의 소중함을 깨달은 레노버가 다시 중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차이나랩스의 팡둥싱 설립자는 “레노버가 즉각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중국에 사업 초점을 다시 맞출 수 있는 류쥔을 복귀시킨 것은 환영할만한 움직임”이라며 “수년 전에는 서구권이 글로벌 PC시장의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중국이다. 중국에서 잘 나가지 못하면 국제적으로도 별볼일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