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가정 경제가 무너지거나 치료를 포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3년 8월부터 ‘중증질환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을 벌여왔다. 이 사업은 암, 희귀난치성질환,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중증화상 등 중증질환으로 투병 중인 저소득층과 일부 중산층 환자들에게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비급여를 포함한 의료비를 최대 2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의료비 지원 사업은 한시적으로 올해 말 끝난다. 이에따라 시민단체, 의료계 등에서는 이 사업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2013년 기준으로 국민의료비 중 가계지출 비중은 3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멕시코(45.2%)에 이어 2번째로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산층이라도 가족 중 한 명이 중증질환에 걸리면 극빈층으로 추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재난적의료비 지출이 가구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재난적의료비가 발생한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에 비해 빈곤에 빠질 확률이 1.423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는 4대 중증질환과 중증화상 등 특정 질환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어 다른 질환에서 발생하는 고액 의료비 부담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모든 질환을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법률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오제세 의원 측은 “의료 난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음달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전 질환을 대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기종 한국환자연합회 대표도 “어떤 병이든, 가계 부담이 큰 질병이면 모두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적의료비 지원을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연간 3000억 원 규모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계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재난적의료비는 2013년 8월부터 4550건 150억 원, 2014년 1만9974건 579억 원, 2015년 1만9291건 589억 원, 2016년 11월까지 1만2889건 386억 원이 지원됐다.
사업비는 2014년과 2015년 각 600억 원, 2016년 550억 원으로 정부의 복권기금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절반씩 부담해 마련됐다. 올해에는 정부와 공동모금회가 각각 177억5000만 원을 부담하고 건강보험공단 재정에서 170억 원을 투입해 525억 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재난적의료비 지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입원환자와 고액 외래 진료환자를 대상으로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화된 지원기준을 마련해 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