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유통업 규제 옥죄기보다 상생 지혜 찾아야

입력 2017-05-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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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차장

새 정부 출범 이후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복합쇼핑몰 규제와 프랜차이즈 가맹계약 손질, 최저임금 인상 등 유통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공약을 다수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들 공약 중 유통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이 바로 ‘복합쇼핑몰 규제’이다. 문 대통령은 복합쇼핑몰 등을 대규모 점포(기존 대형마트)에 포함하고 도시계획 단계부터 입지를 제한해 진출을 억제할 방침이다. 아울러 대형마트와 같은 수준의 영업시간 제한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규제는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입법 발의된 총 23건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맥락을 같이한다. 개정안에는 △설날·추석 의무휴업일 지정 △대규모 점포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 △상품공급점을 준대형 점포에 포함해 영업시간 제한 등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과 개정안 모두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골목상권을 활성화해 대·중소 유통기업 간 ‘상생’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실상은 한결같이 유통업계를 옥죄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새 정부 공약과 개정안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업계는 개정안의 통과를 기정사실화(旣定事實化)하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신세계와 롯데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추진하던 복합쇼핑몰 설립 계획에 제동을 걸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거스르고 진행하다가 혹여나 미운털이 박힐 걸 우려해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들이 실행된다고 해서 골목상권이 하루아침에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2012년 3월 현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됐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영업시간 규제로 대형마트의 매출은 21% 줄었고, 중소상인 매출도 감소했다. 전통시장을 찾을 거란 기대와 달리 고객들은 대형마트 휴무일에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로 발길을 돌렸다.

이러한 현상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일까.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보다 수십 년 앞서 소매업 보호를 위해 출점 제한 규제를 도입한 프랑스도 결국에는 기준을 완화하고 샹젤리제 같은 관광지구 내 상점의 일요일 영업을 허용하고 있다. 몇 년 전 일요일·심야 영업 제한을 완화하는 경제개혁법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당시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이 바로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다.

기자는 어렸을 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골목골목 단골집에 들러 반찬거리를 사고, 맛있는 음식도 먹던 정겹던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마흔 줄에 접어든 지금도 가끔 찾는 전통시장이 그다지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대형마트의 쾌적한 쇼핑 환경에 더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기자와 같을지는 의문이다.

“재래시장이 그만큼 제 역할을 해주든가. 급한 일 때문에 시장에 갔다가 현금이 없어서 카드 냈더니 현금 없냐고 툴툴대고. 한 곳만 그러면 몰라도 가는 곳마다 다 그러니 원.” “사람들 지나가고 차 지나가는데, 바로 옆에서 나물 팔고 생선 올려놓고…. 진짜 위생 상태가 궁금할 지경.” “대형마트를 규제하지 말고 ‘가고 싶은’ 시장을 만들도록 정책을 시행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유통 규제 관련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댓글이다.

유통업계와 골목상권을 대립 관계로 규정하고 규제로만 일관해 공멸하기보다는 실질적인 경쟁력 제고 등 골목상권을 살릴 방안을 마련하는 데 혜안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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