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제동 건 법원… 朴정부 강압식 정책 존폐기로

입력 2017-05-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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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동의 없으면 근로기준법 위반”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의 비효율적인 체질을 개선한다는 명분 아래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성과연봉제가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됐다. 법원이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로 임금체계를 바꾸는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 부장판사)는 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 직원 10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취업규칙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사의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하위 평가를 받는 노동자들은 기존 임금이 줄어든다”며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 총액이 기존 급여 체계에 비해 증가했다 하더라도 노동자 개인에 따라 유ㆍ불리의 결과가 달라진다면, 이 규정은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해 근로기준법에 따른 변경 절차를 따라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에 대한 찬반투표를 한 결과 조합원 90%가 이를 반대해 명백한 거절 의사를 표시했으나 회사가 규정 개정을 강행했다”며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을 위반해 무효”라고 결론을 내렸다.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은 회사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공사 측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어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 추진할 필요성은 있으나, 사용자가 노동자의 명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정도로 절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5월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취업규칙을 개정해 기존의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조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일방적인 개정을 추진했다. 개정된 취업규칙에는 △연봉제의 적용 대상 △성과연봉이 차지하는 비중 확대 △차등 지급 방법과 비율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조를 대리한 김기덕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박근혜 정권 시기에 공공기관에서 일방적으로 도입한 성과연봉제가 위법ㆍ무효라고 판단한 최초의 법원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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