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에서 패배한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이 18일(현지시간) 6월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고 뉴욕타임스(NYT)이 보도했다.
르펜은 이날 현지 TF1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끄는 국민전선이 프랑스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내달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날 르펜의 인터뷰는 지난 7일 대선 패배 이후 처음으로 가진 공개 석상 일정이었다. 르펜은 “나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전투에서 내 부대의 수장이 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서 국민전선 당 대표로서 이번 총선을 진두지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펜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북부 에넹보몽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에넹보몽은 과거 탄광이 있던 곳으로 상대적으로 주민들의 수입이 낮은 빈곤지역이다. 르펜은 지난 2012년에도 이곳에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도 또 낙선하게 된다면 국민전선을 단결하고 자신의 당을 제1야당으로 만들려는 르펜의 계획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NYT는 내다봤다.
국민전선은 현재 하원에서 2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고 있으나 르펜은 지난 대선에서 1060만표를 획득했던 표심이 의석 확대에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론조사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이날 발표한 총선 1차 투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전선의 지지율은 19%로 마크롱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와 민주운동당(32%)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르펜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차세대 여성 극우 정치인으로 주목받았던 르펜의 조카 마리옹 마레샬 르펜(27)은 대선 이후 돌연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르펜과 함께 당을 이끌었던 조카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르펜의 아버지이자 국민전선의 창립자인 장 마리 르펜은 르펜과 사이가 틀어져 국민전선과는 별개로 애국자연합 (Union of Patriots) 동맹을 통해 이번 총선에서 200석 확보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내각 구성에서 좌우를 넘나드는 ‘탕평인사’로 프랑스 정치 공식을 바꾸고 있다.
하원의원 577명을 선출하는 프랑스 총선은 다음 달 11일(1차 투표), 18일(결선투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