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개시를 18일(현지시간) 의회에 통보했다. 이번 발표는 러시아 게이트로 정치적 혼란이 워싱턴을 휩쓰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세간의 눈길을 다시 정책으로 돌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는 서한을 통해 “23년 된 나프타를 오는 8월 16일부터 재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의회에 통보하고 나서 90일 동안 회람 기간을 갖는데 그 기간을 거쳐 8월일부터 캐나다·멕시코와 재협상을 한다는 것이다. 라이트하이저는 “수년 동안 정치인들이 나프타 재협상을 촉구했으나 번번이 무시당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재협상에 뛰어드는 것”이라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게 중요한 약속 중 하나를 완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프타는 20여 년 전에 협상이 완료됐는데 미국의 경제는 그 기간에 많이 변했다”고 덧붙였다.
라이트하이저는 “나프타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간의 협약 형태이기 때문에 재협상도 3자 협약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협상 안건이 양측에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3자 협약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즉 나프타의 기본 틀이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 상공회의소는 “어떤 불이익도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는 “미국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프타를 재협상할 중요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한편 워싱턴 정계가 러시아 내통설과 미 연방수사국(FBI) 코미 국장 해임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나프타 재협상 공식 절차를 개시한 것은 다분히 시산 분산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작년 대선 당시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러시아 당국과 기밀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져 탄핵설이 미국 정치권을 휘감았다. 법무부는 이를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 특별검사까지 임명한 상황이다. 트럼프는 이날 “현재 일어나는 모든 일은 마녀사냥”이라며 “나와 내 캠프 모두 러시아와 어떤 내통도 하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