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트프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가 주도하는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인 비전펀드가 출범했다고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성명을 통해 약 930억 달러(약 104조9천억원)의 비전펀드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6개월 안에 목표액인 1000억 달러를 채운다는 방침이다.
소프트뱅크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홀딩스의 지분 82억 달러를 포함해 280억 달러를 투자해 펀드 운용을 책임진다. 사우디의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의 출연액은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앞서 PIF는 최대 4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와 PIF 외에도 아랍에미리트의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애플, 폭스콘, 퀄컴, 샤프 등도 참여했다고 WSJ이 보도했다.
앞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국 기업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에서 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이를 자신의 일자리 창출 정책의 성과로 평가했다.
손 회장은 20일 사우디의 수도인 리야드에서 포럼을 개최하면서 “우리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업가들이 더 많은 혁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비전 펀드의 기대감을 표했다. 비전펀드를 통해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에 투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 회장은 이날 AI, 스마트 기기, 반도체 분야 등에 중점을 두고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프트뱅크는 이미 가상현실(VR) 시뮬레이션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소프트뱅크는 설립된 지 5년 된 영국의 가상현실(VR) 기술 전문 업체인 임프라버블월드(Improbable Worlds)에 5억2000만 달러(약 5856억2400만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의 PIF는 누가 비전펀드 투자를 주도할지 논란을 벌이며 협상이 몇 달간 연기됐다고 WSJ는 전했다. 비전펀드 출범이 예정보다 5개월가량 늦어진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우디의 PIF는 비전펀드로 작년에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발표한 비전2030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의 비전2030은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바꾸는 개혁안이다. PIF의 야시르 알 루마얀 상무이사는 “비전펀드는 다양한 지식 기반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2030 전략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도 “우리도 사우디가 그러한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