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인생 최대 도박 시작됐다…소프트뱅크 100조 원 펀드 출범

입력 2017-05-22 09:07 수정 2017-05-2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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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프트뱅크가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공동으로 10조엔 규모의 투자펀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출범했다. 출처 = EPA연합뉴스
▲일본 소프트뱅크가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공동으로 10조엔 규모의 투자펀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출범했다. 출처 = EPA연합뉴스

일본 소트프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공동으로 조성한 10조 엔 (약 100조 원) 규모의 투자펀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20일(현지시간) 출범시켰다. 롤러코스터처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손정의 회장의 인생에 또 다른 변곡점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 회장은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 맞춰 사우디 현지로 날아가 비전펀드 출범을 최종 합의했다. 소프트뱅크는 성명을 통해 약 930억 달러의 비전펀드 자금을 확보했다고 발표하며 6개월 안에 목표액인 1000억 달러를 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홀딩스의 지분 82억 달러를 포함해 280억 달러를 투자해 비전펀드 운용을 책임진다. 비전펀드에는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과 애플, 퀄컴, 샤프 등이 출자했다. PIF의 출연액은 현재 명시되지 않았지만 앞서 PIF는 최대 4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전펀드는 대기업이 아닌 정보·기술(IT) 관련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글로벌 벤처 캐피탈 총액을 웃도는 100조 원대의 거대 펀드인 만큼 미국 실리콘밸리가 주도하는 세계 첨단 산업 지도를 바꿀만한 잠재력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시간대학교의 데이비드 브로피 재무학 교수는 비전펀드의 규모는 그 자체로 이점이라고 밝혔다. 브로피 교수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자본 집약적인 거래에 뛰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일 손 회장은 사우디의 수도인 리야드에서 포럼을 개최하면서 “우리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업가들이 더 많은 혁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비전펀드에 기대감을 표했다. 앞서 지난 2월 주주들 앞에서 손 회장은 “PC의 출현은 빅뱅이었다”며 “나는 PC 이후의 빅뱅을 기다리고 있고, 그 기반이 비전펀드가 될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비전펀드를 향한 기대만큼 과제도 만만치 않다. 눈앞의 수익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률 회수 기간이 길다는 점에서다. 소프트뱅크의 투자액 평균 회수 기간은 약 13년으로 보고 있다. 초장기 펀드를 고수하는 손 회장의 스타일을 각 투자자가 쉽게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점으로 남는다.

시카고대학교 경영대에서 창업 프로그램을 맡은 스티븐 카플란 교수는 “1000억 달러 규모 펀드가 만들어진 것은 사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자본금과 수익률이 비례하지 않는 시대”라고 우려를 표했다. 카플란 교수는 비전펀드의 조성이 자칫 1990년대 말 인터넷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하다가 폭락했던 ‘닷컴 버블’의 뒤를 이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사모펀드 회사들은 사상 최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리서치회사 프레킨에 따르면 작년 말 사모펀드 회사의 미사용 금액은 8200억 달러로 전년의 7550억 달러보다 증가했다. 프레킨의 펠리스 에지디오 벤처 캐피탈 전문가는 “투자 목적으로 모금됐지만 실제 투자 집행은 이뤄지지 않은 자금, 즉 미투자 자금이 이미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운용 상의 투명성 확보도 과제다. 사우디 정부가 자금의 약 절반 이상을 출자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정치 리스크가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자처를 놓고 소프트뱅크 측과 사우디 측이 대립할 경우 어떻게 해결을 할지 그 방법도 명확지 않다.

전문가들은 비전펀드가 손 회장의 인생을 건 도박이라고 평가한다. 손 회장의 일생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예측불가’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유학 시절 휴대용 자동번역기를 만들어 샤프에 1억 엔을 받고 판 것부터 범상치 않았다. 1981년 소프트뱅크를 설립한 그는 2000년대 닷컴버블이 터지고 주식의 99%가 추락했다. 손 회장의 순자산은 버블이 터지기 전 한때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을 능가했다. 바닥으로 추락한 이후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에 초기 투자하면서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손 회장의 인생 계획은 원래 60세까지 부를 이루고 후계자에게 사업을 물려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작년에 유력한 후계자였던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이 돌연 퇴임했다. 손 회장이 경영권을 아로라 부사장에게 넘겨주는 시점을 두고 이견을 빚은 탓이었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영국 반도체 제조사 ARM를 인수하며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자율주행 기술 등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에 박차를 가했다. 이번 비전펀드 출범도 언제나 모험을 강행했던 손 회장의 인생을 생각하면 놀랍지 않은 결정이다. 다만 AI나 자율주행 기술 등에 자본이 쏟아지면서 경쟁이 과열된다는 우려가 있다. 이를 포함한 과제들을 손 회장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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