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처음으로 법정 피고인석에 앉는다. 그것도 40년 지기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만나 함께 앉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총 592억 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첫 공판이 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에서 열린다. 준비기일과 달리 공판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 석에 서는 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21년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구속 수감된 지 53일 만에 외부에 첫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인 만큼 법정에 서는 모습을 재판 시작 전까지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은 최 씨의 뇌물 사건과 병합해 이뤄지는 만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법정 조우가 있을 예정이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8주기와 일치해 사회적인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崔, 여전한 충성심 드러낼까?… 피고인 朴, ‘혐의 전면 부인할 듯’ = 이날 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사이 어떤한 기류를 형성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최 씨는 지난 19일 본인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개인 집사 역할을 언급하며 여전한 충성심을 내비친 바 있다.
재판에서는 검찰이 18개 혐의 요지를 설명하고,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들의 입장을 확인하는 모두(冒頭) 절차가 이뤄진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준비절차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고 밝힌 만큼, 이날도 같은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은 공판준비절차에서 “삼성 관련 뇌물수수, 롯데 관련 제3자 뇌물수수, SK 관련 제3자 뇌물 요구,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그간 “최 씨가 삼성에서 뒷돈을 받는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을 몰랐고, 삼성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부탁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도 대기업들에 직접 출연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해 왔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최 씨 측 역시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대가성, 부정한 청탁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할 전망이다.
◇檢, 박근혜-최순실 “경제적 이익 공유”… 재판부 병합 여부도 관심 =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사실상 경제적 이익을 공유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최 씨가 금품 지원을 받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일정을 앞당길 가장 큰 변수로 최 씨의 뇌물 사건과의 병합 여부다.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중 핵심으로 꼽히는 뇌물 혐의는 최 씨의 공소사실과 대부분 일치한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측이 “두 사건의 기소 주체가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 각각 다르기 때문에 병합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판부는 “특검팀과 검찰의 사건을 병합한 판례가 있다”며 첫 재판에서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정식재판은 이틀 후인 오는 25일 열린다. 이날은 피고인 가운데 박 전 대통령만 출석해 최 씨에 대해선 심리가 마무리된 직권남용·강요 혐의에 관한 서류증거 조사가 이뤄진다.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 사건과 최 씨의 뇌물 사건을 병합할 경우 매주 월·화요일에 증인신문을 이어가고, 직권남용·강요 혐의는 매주 1∼2회 별도로 서류증거 조사로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