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포드, 가구회사 사장 출신을 CEO로 영입한 까닭은

입력 2017-05-23 08:59 수정 2017-05-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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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년 전통의 미국 자동차 대기업 포드가 소비재와 가구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을 새로운 수장에 앉혔다. 전통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공세까지 겹치자 CEO(최고경영자) 교체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지만 자동차 회사 경력이 거의 없어 적임자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만만치 않다.

2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포드는 이날 마크 필즈 최고경영자(CEO)를 짐 해켓 자율주행차 개발 부문 총괄로 전격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포드자동차의 설립자 헨리 포드의 증손자인 빌 포드 회장은 이날 “전례 없는 변화의 시기”라면서 “우리 업계에 새로운 기술이 들어왔고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했다면 우리는 정말 변형된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CEO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해켓 신임 CEO는 역대 포드 수장과는 다른 독특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미시간 소재의 대형 가구회사 스틸케이스(Steelcase)에서 20년 가까이 사장을 지내고, 포드에는 지난해 자율주행 개발 부문 총괄로 합류했다. 스틸케이스 근무 이전에는 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에서 4년간 일했다. 28년간 포드에 몸담았던 필즈와는 대조적인 경력이다. 2014년에 CEO에 오른 필즈는 2015년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지만 이후 잇단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가구회사 사장 출신이 자동차 회사 CEO를 맡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포드 회장은 “해켓은 진정한 선구자이며 자동차 회사를 이끌 적임자”라면서 “앞으로 해켓은 포드의 현대화에 집중할 것이며 새로운 기술이 제조업체와 자동차 업체를 변형시키고 있는 가운데 포드를 미래의 도전에 걸맞은 회사로 변모시킬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포드는 필즈 CEO를 해고한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은퇴를 결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율주행차 부문을 맡았던 해켓을 CEO로 임명한 것은 포드 이사회가 실적만큼이나 미래 먹거리 사업에 신경 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즉 미래 먹거리 투자를 위해 해켓을 CEO에 앉혔다는 이야기다.

해켓은 가구회사 스틸케이스를 이끌면서 ‘비용절감의 대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비용절감이 필수라는 생각에서였다. 비용절감으로 인한 충격파를 최소화하고자 해고한 직원들을 만나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들의 자립을 도왔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해켓이 100년 이상 된 전통 있는 기업을 이끄는 노하우가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가 근무한 스틸케이스는 1912년 설립돼 10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한 기업이다. 그는 좋은 전통을 지키되 악습을 없애기 위해 사내 문화를 전면 재검토했다. 이후 작업공간의 재설계,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며 더 개방적인 근무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품을 빼야 하는 등 현재 체질 개선이 필요한 포드에는 최적의 인물인 셈이다.

포드는 지난해에만 북미에서 10만 명, 아시아에서만 2만3000명 등 전 세계에서 20만 명을 고용했다. 회사 규모는 커졌지만 실적은 역주행했다. 올해 4월 한 달 미국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고, 같은 기간 유럽에서는 11% 줄었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5% 줄어들었다. 남은 올해 3개 분기 역시 실적이 정체될 것이란 비관론이 우세하다. 지난 3년간 주가는 40% 가까이 추락했다. 올 들어서만 10% 하락했다.

해켓 신임 CEO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FT는 상당수의 업계 애널리스트들이 신제품 라인의 부족과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가운데 자동차 회사 관련 경력이 거의 없는 해켓이 포드를 이끌 적임자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회사 주가는 전일 대비 2.12% 상승한 11.1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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