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하던 국제유가가 최근 산유국들의 잇따른 감산 합의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우리 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3일 국제금융센터가 해외 투자은행(IB)과 현지 전문가 전망을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등의 영향을 받아 유가가 중장기적으로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IB들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18일 배럴당 49.35달러에서 오는 3분기에는 54.71달러로 오른 뒤 4분기엔 56.25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WTI 가격은 작년 말 OPEC의 감산 합의 직후 배럴당 47달러에서 57달러로 약 21%나 급등했지만 이내 45.52달러까지 떨어졌다.
OPEC은 작년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하루 생산량을 3250만 배럴로 한정하기로 했다. OPEC의 감산 결정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도 오는 6월 끝나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를 내년 3월까지 9개월 연장하기로 15일 합의했다.
유가 상승으로 신흥국 경기가 살아나면 우리 수출에 긍정적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의 대(對)신흥국 수출 비중은 총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유가 움직임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석유 관련 제품 단가가 오르면서 수출액 증가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은 약 2년간의 부진을 딛고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수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와 석유제품이 이달 들어서도 20일까지 각각 41.0%, 35.2% 늘었다.
하지만 유가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 합의 발표 직후에 유가는 약 3% 오르는 데 그쳤다.
산유국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미국 셰일오일 업계의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셰일오일 생산량은 작년 11월 하루 440만 배럴에서 오는 6월엔 540만 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제현정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은 수요 증대보다는 OPEC 감산 합의 영향이 크다”면서 “세계 석유시장에서 새롭게 부상한 미국 셰일유전의 생산 확대는 추가적 유가 상승 폭을 제한하고 있어 향후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수출 증가세가 지속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