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16. 논개(論介)

입력 2017-05-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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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장 끌어안고 강물에 투신한 진주의 妓女

논개(論介·?~1593)는 경상도 진주 기생으로 임진왜란 중에 진주성이 일본군에게 함락되자 왜장을 유인해 남강에 함께 투신해 장렬한 죽음을 맞았다.

1593년 6월의 진주성 전투는 임진왜란사에서 조선인의 희생이 큰 처절한 전투였다. 당시 성 안에는 군사 3500여 명과 주민 6만여 명이 있었다고 한다. 끈질기게 항전했지만 성은 함락되었고, 김천일(金千鎰)을 비롯한 여러 장수가 남강에 투신해 최후를 마쳤다. 이때 군사와 주민들도 진주성과 운명을 함께했다.

성이 일본군에게 함락되던 날 논개는 그 자리에 있었다. 조선 중기 학자 유몽인(柳夢寅)은 ‘어우야담(於于野談)’에 그날 일을 이렇게 기록했다. “논개가 몸단장을 곱게 하고 촉석루 아래 가파른 바위 위에 서 있었는데 바위 밑은 깊은 강물이었다. 여러 왜병이 (논개를) 바라보고 좋아했지만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데 왜장 하나가 앞으로 내달았다. 논개가 웃으면서 맞이하니 왜장도 그를 꾀어내려 하는데, 논개가 드디어 왜장을 끌어안고 강물로 몸을 던져 함께 죽었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광해군은 ‘동국신속삼강행실도(東國新續三綱行實圖)’를 발간해 임진왜란기에 활약한 효자, 충신, 열녀의 행적을 기렸는데 논개가 누락되었다. 일부 편집자들이 기녀를 ‘의사(義士)’로 표창할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사회는 달랐다. 17세기 중반에 주민들은 논개가 순국한 바위에 ‘의암(義巖)’이라는 글자를 새겼고, 성이 함락된 6월이 돌아오면 강변에서 추모제를 지냈다.

그리고 관료 및 지역민들이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1722년(경종 2)에 비변사(備邊司)에서 논개 행적을 사실로 인정해 자손을 찾아 세금을 면제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1740년(영조 16)에는 의암 부근에 의기사(義妓祠)도 세웠다. 1868년(고종 5)에는 의암 별제(別祭)까지 개최되었는데 매년 6월에 기생 300명이 사흘간 제사를 올리는 큰 추모 행사였다. 의암 별제는 일제강점기에 중단되었는데 일본인들이 논개 정신이 항일 독립운동으로 이어질까 봐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한편, ‘어우야담’에 실린 논개 이야기는 18세기 이후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새로운 이야기도 창안되었다. 대표적으로 19세기에 논개가 전라도 장수 출생으로 경상도 병마절도사 최경회 또는 장수 현감 황진의 애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20세기 초에는 논개가 양반가 딸로서 기녀가 되었다는 기록도 등장했다. 이 주장들은 1960년대 논개를 소재로 한 소설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처럼 논개는 그 인물 자체보다는 사후에 그 죽음을 둘러싸고 펼쳐진 이야기가 더 풍부하다. 덧붙여진 이야기는 시대에 따라 또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새롭게 채색되고 엮어졌다는 점에서 ‘만들어진’ 역사다. 이런 측면에서 오늘날 우리 시대는 논개를 어떤 인물로 다시 만들어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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