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세 번의 감사를 받은 사업을 다시 들추는 건 ‘엄호’해줄 친이계도 사실상 사라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것이란 해석에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한 관계자는 23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을 감옥 보내겠다는 얘기지, 달리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정치권을 봐도 특별히 누가 도와줄 수도 없는 이 상황을 치고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 친이계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려 단일대오로 막아주기도 어려운 데다 정권 초기 사정권에 들 것을 우려해 이들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차관을 지낸 한 정치인은 “일단은 두고 봐야겠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사실을 왜곡한다면 우리도 상응하는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며 “한 판 싸움이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정권을 가졌던 사람들”이라면서 “우리는 전 정권에 대해 가진 게 없을 것 같나.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공격한다면 가만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일했던 이들은 하나같이 “4대강 사업을 털어서 나올 먼지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에서 감사원 감사 등을 거치면서 충분히 검증받았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정부의 또 다른 차관 출신 정치인은 “낙동강 유역에 사는 분들은 4대강 사업이 잘됐다고 얘기들 한다”며 “지금 가뭄이 엄청나지만 낙동강 유역은 가뭄과 전혀 상관없다고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박근혜 정부 때 비리 여부를 캤지만 나오질 않았다”며 “밑져야 본전이란 셈으로 뒤져볼 순 있겠지만 아무것도 안 나오면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잘못을 했다면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이 죄를 지은 건 없다고 본다”며 “늘 봐왔지만 정권의 도덕성을 지키려 했지 적폐는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공교롭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8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지시해 ‘정치보복 감사’ 논란을 증폭시킨 4대강 사업 정책감사는 실상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2012년 대선 때 공약집에서 4대강 사업을 “환경 재앙, 혈세 낭비, 부실 토목공사”라고 규정하고 ‘국민 참여 검증단’ 구성 및 ‘4대강 복원본부’ 설치를 언급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감사가 미흡했다고 보는 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비리, 방산 비리, 자원외교 비리를 재조사해 부정축재 재산이 있으면 환수하겠다”고 약속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