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은 朴과 崔…재판 내내 서로 외면

입력 2017-05-2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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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지기'였던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최순실(51) 씨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둘이 마주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출석했다. 구속 수감된 지 53일 만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 내내 꼿꼿한 자세로 정면만 응시할 뿐 최 씨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최 씨도 박 전 대통령 쪽을 바라보지 못했다.

재판이 시작되고 재판장이 피고인 입정을 알리자 약 1분 뒤 박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속 당시 입었던 감색 바지 정장과 비슷한 차림이었다. 수감번호 '503번' 배지를 왼쪽 가슴에 알았다. 큰 검은색 집게핀을 이용해 재임 시절 '트레이드마크'였던 올림머리도 했다. 검은색 핀으로 잔머리를 고정하긴 했으나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화장기 없는 부은 얼굴에 박 전 대통령을 유영하 변호사와 최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서서 맞았다. 박 전 대통령은 가볍게 목례를 한 뒤 유 변호사 옆에 준비된 피고인석에 앉았다.

뒤이어 최 씨가 법정에 나왔다. 베이지색 코트 차림의 최 씨는 평소와 다르게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였다. 박 전 대통령을 의식한 듯 아랫입술을 깨문 채 걸어와 자리를 잡았다. 자신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박 전 대통령과 나란히 앉은 셈이다. 재판 시작부터 3분여간 계속된 취재진의 촬영에도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각각 정면만 바라봤다.

재판부가 인적사항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하자 박 전 대통령은 일어나 재판부를 향했다. 직업을 묻는 말에 그는 "무직입니다"라고 침착하게 말했다. 주소와 등록기준지, 생년월일을 확인하는 재판부 말에도 낮은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

반면 최 씨는 감정에 복받치는 듯했다. 최 씨는 생년월일을 묻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재판부가 "안 들린다"라고 주의를 주자 겨우 주소를 말했다. 최 씨는 울먹이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직접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유 변호사가 18개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뒤 재판장은 "피고인도 부인하는 게 맞냐"라고 물었다. 박 전 대통령은 "네. 변호인 입장과 같다"고 분명하게 답했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말에는 "추후에 말씀드리겠다"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 중간중간 유 변호사와 의견을 나눴다.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말할 때는 눈을 감고 듣기도 했다.

최 씨는 재판부가 발언 기회를 주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이 재판장에 40여 년 간 지켜본 박 대통령을 나오시게 해 제가 너무 죄인 같다"며 울먹였다. 최 씨는 "박 대통령은 절대 뇌물이나 이런 걸 갖고 움직이거나 각 기업에 그런 일 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며 "검찰이 몰고 간다"고 주장했다. 또 "이 재판이 정말 진정하게 박 대통령이 허물을 벗고 나라를 위해서 여태까지 했던 대통령으로서 남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판은 11시27분께 10분간 한차례 휴정한 뒤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재판 시작 30여 분 전부터 수십 명의 방청객이 몰렸다. 대법정 180석 중 68석이 일반인에게 허용됐다. 법원 경위 10여 명이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해 장내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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