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음식점 '사리원' 상호, 지명으로 알려지지 않아 특허 유효"

입력 2017-05-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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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법원, '사리원면옥' 등록서비스표 권리 인정

북한 지역인 '사리원'은 지명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아 냉면음식점 상호로 독점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특허법원 4부(재판장 이정석 부장판사)는 음식점 사리원을 운영하는 라모 씨가 '사리원면옥' 특허권자 김모 씨를 상대로 낸 등록무효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사리원은 북한의 황해도에 위치한 지역이다. 1947년 시로 승격한 뒤 1954년 황해도가 황해북도와 황해남도로 나뉘면서 황해북도 도청 소재지가 됐다. 김 씨 측은 1994년 6월 '사리원면옥'을 냉면전문식당업으로 출원했다. 라 씨는 '사리원면옥' 등록서비스표 권리를 보유한 김 씨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라 씨는 "사리원은 예전부터 냉면, 국수 등의 음식이 유명한 지역이어서 사리원 관련 식당의 상호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 다수 존재한다"며 "이 지역 출신 월남민과 자손수가 300만 명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리원'은 특정인에게 독점시킬 수 없는 표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리원을 상호로 독점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국적으로 '사리원' 부분을 포함하는 상호의 식당이 다수 존재한다거나 이 지역 출신의 실향민과 자손 수가 상당한 점 등만으로는 '사리원'을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공익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허심판과 특허소송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된 수요자층으로 예상되는 만 40대 이상에서 사리원을 지명으로 알고 있는 응답자의 비율은 26.8%다. 황해도 지역의 지명으로 알고 있는 비율도 15.8%에 그친다. 이 정도의 인지도만으로는 등록서비스표를 무효로 볼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비록 사리원이 황해북도의 도청 소재지로 우리나라 초·중·고 교과서에 언급되고 있으며, 적지않은 신문기사가 검색된다는 사정들만으로 사리원이 실제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지리적 명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상호에 '사리원'이 포함된 식당은 전국에 31곳 이상이다. 김 씨는 증조할머니가 1951년부터 대전에서 '사리원면옥'이라는 상호로 식당을 운영해온 이래 대전 3곳, 서울 1곳의 지점을 냈다. 소송을 제기한 라 씨는 현재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9곳의 '사리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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