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로 중국시장 다시 두드리는 구글…완강하게 버티는 중국

입력 2017-05-2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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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알파고 Vs. 커제 바둑 대국 생중계 불허…구글, AI 서밋 개최 등 갖은 공 들이고 있어

▲중국 우전에서 23일(현지시간) 커제(왼쪽) 9단과 구글의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대국을 벌이고 있다. 우전/AP뉴시스
▲중국 우전에서 23일(현지시간) 커제(왼쪽) 9단과 구글의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대국을 벌이고 있다. 우전/AP뉴시스

2010년 중국 검색엔진 시장에서 철수한 구글이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로 중국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워낙 완강해 문이 열리기까지는 쉽지 않아보인다.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23일(현지시간) 알파고와 세계 바둑 랭킹 1위인 커제 9단의 바둑 대국이 열렸다. 3000년 전 바둑을 탄생시킨 중국에서 최정상 프로 바둑기사와 알파고의 두 번째 대결이 펼쳐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유를 공개하지 않은 채 알파고와 커제의 대국 생중계를 불허해 시장 진입을 노렸던 구글을 낙담시켰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해 구글 산하 AI 스타트업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우리나라의 이세돌 9단에 4대 1 승리를 거둬 AI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컴퓨터가 세계 바둑 챔피언을 꺾은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알파고는 이날 대국에서도 커제 9단에 낙승을 거두면서 AI의 우수성을 다시 확인시켰다.

구글은 지난 2010년 중국 당국의 검열에 반발해 검색엔진을 철수시킨 다음 다시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번 행사에도 구글은 갖은 공을 들였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지난해 이세돌 대 알파고 대국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참석해 행사를 지켜봤다. 구글은 또 중국 공산당과 중앙정부의 협조를 열어 알파고 대국 이외 AI 서밋도 개최했다. 이는 중국시장 철수 후 구글이 7년 만에 가장 큰 공개행사를 현지에서 개최한 것이다.

지난 1년간 알파고는 바둑의 고향 중국에서 구글의 가장 유명한 브랜드가 됐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공동 설립자는 “중국은 수억 명의 바둑 팬이 있으며 AI에 매우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모든 중국인이 알파고를 잘 알고 있다. 우리가 한국이나 중국에서 외출할 때 사람들이 보이는 관심 정도는 열광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바둑 팬들은 자국에서 열리는 알파고와 커제의 빅 게임을 생중계로 즐기지 못했다. 이는 베이징에서 지난해 구글이 개최한 개발자 콘퍼런스를 현지 언론이 아무런 제약 없이 생방송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한 낙담한 팬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중국이 창조한 바둑을 놓고 중국인 마스터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벤트에서 대국을 치르는데 직접 보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한탄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웨이보에서 커제 대 알파고 주제는 조회수가 1730만 회에 달했다.

중국 정부가 생중계를 불허한 것에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는 중국 언론들이 정부로부터 알파고 기사에서 구글을 언급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정부는 아직 시장 진입이 허용되지 않은 구글의 이름이 중국인의 입에 크게 오르내리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AI에서 미국을 최대 라이벌로 간주하는데 미국 기업인 구글이 자국에서 승리를 거두는 장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커제와 알파고는 25일과 27일, 두 차례 더 대국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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