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소니의 다음 플랜은?…차세대 성장동력원이 최대 의문

입력 2017-05-2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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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계연도에 20년 만에 가장 높은 영업이익 기록 전망…“사람들을 재미있게 할 특별한 것이 필요”

▲소니의 히라이 가즈오 CEO가 23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경영방침 설명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소니의 히라이 가즈오 CEO가 23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경영방침 설명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소니가 지난 2012년 취임한 히라이 가즈오 최고경영자(CEO)의 구조조정에 힘입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소니는 23일(현지시간) 도쿄에서 경영방침 설명회를 열어 내년 3월 마감하는 이번 회계연도에 영업이익 5000억 엔(약 5조311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는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며 지난 5년간 진행했던 중기 경영계획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3년 전 히라이 CEO는 적자를 낸 것에 고개를 숙였으나 이번에는 TV사업 흑자 전환 등 구조 개혁 성과를 설명하는 등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히라이는 이날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고 언급하려 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이를 보류하기도 했다.

히라이는 취임 이후 PC사업부인 ‘바이오(VAIO)’를 매각하고 TV 판매지역을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TV 사업은 지난 2014 회계연도에 11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냈고 스마트폰도 지난해 흑자전환했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 구조를 창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수익성을 크게 개선시켰다. 예를 들어 소니는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가 이를 통해 인터넷으로 동영상 스트리밍을 볼 수 있는 유료회원 서비스를 미국 등에서 펼치고 있다. 소니는 이런 형태의 사업구조를 ‘리커링(Recurring·순환)’으로 칭하고 있다. 소니 총 매출에서 리커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5 회계연도의 35%에서 이번 연도에 40%로 높아질 전망이다. 소니의 한 임원은 “영업이익 증가분은 대부분 리커링 효과로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소니가 수익성 회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면서 시장은 그다음 플랜이 무엇이 될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히라이 CEO는 “우리는 현재 내년부터 적용될 제3차 중기 경영계획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지난 10년간의 구조조정 단계를 거쳐 이제는 TV와 기타 전자제품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소니는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을 13%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자산업에서 소니의 존재감이 너무 희미해진 상황이라며 차세대 성장동력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니가 자율주행차량과 로봇, 인터넷 등 새로운 시장을 장악하면서도 기존 영화나 전자산업에서의 부진이 회사 전체의 회복을 위태롭지 않게 하는 등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소니는 이번 회계연도에 영화사업부 영업이익률 목표를 3.8%로 잡았다. 이는 지난 2015년 세웠던 3개년 중기 경영계획에서 제시한 7~8%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소니는 이달 21세기 폭스 출신의 토니 빈시케라를 소니픽처스 회장 겸 CEO로 임명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소니의 향후 성장세를 주도할 주력 무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소니 시가총액이 5조 엔을 넘어 히타치와 파나소닉을 압도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애플(약 90조 엔), 한국의 삼성전자(약 30조 엔)에 못 미친다고 꼬집었다. 소니의 한 임원은 “20세기 우리는 VHS 등의 표준 경쟁에서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항상 글로벌 주역이었다”며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는 주역을 맡는 것에 익숙하지 못 하다”고 반성했다.

소니 출신이며 현재는 일본 와세다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오사나이 아쓰시는 FT에 “소니의 지금까지의 경영 재건은 교과서에 실릴 만한 사례”라며 “그러나 소니의 히라이 CEO에게는 안정적인 경영은 물론 그 이상의 것이 요구되고 있다. 소니는 이제 사람들을 재미있게 할 특별한 것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히라이 CEO는 아마도 자신의 이전 경영 스타일과는 다른 것이 요구되는 영역에 뛰어드는 모험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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