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18. 남평 조씨(南平曺氏)

입력 2017-05-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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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 때 한글 日記 남긴 양반 부인

남평 조씨(南平曺氏·1574~1645)는 ‘병자일기(丙子日記)’라는 한글 일기를 남긴 양반 여성이다. 일기에는 1636년(인조 14) 12월 병자호란이 발발해 피란을 떠나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1640년 8월까지의 일상이 담겨 있다.

아버지는 조경남이며 어머니는 남원 윤씨다. 열일곱에 남이웅(南以雄·1575~1648)과 혼인했다. 남이웅은 병자호란 당시 인조를 호종(扈從)해 남한산성에 들어갔으며, 전쟁이 끝난 후에는 소현세자(昭顯世子)와 봉림대군(鳳林大君)이 청 수도인 심양(瀋陽)으로 볼모로 끌려갈 때 따라갔다. 그 후 고국에 돌아와 우의정까지 올랐고 이에 따라 조씨 부인도 정경부인이 되었다.

피란살이 동안 조씨는 남편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했다. 조씨는 “언제 영감 나오실까 하는 근심으로 항상 숨이 막히는 듯”했다.(1637.11.6) 남편이 귀환한다는 소식을 듣자 “오시(오전 11시~오후 1시)쯤 되어 데쇠가 들어왔는데 영감 행차가 열여드렛 날 평안하게 한양으로 들어오셔서 임금님께 숙배하셨다고 하니 이 기쁨이 어떠하겠는가?”하고 적었다. (1638.5.22)

조씨는 집안 대소사는 물론 농사일을 경영하며 건실하게 가계를 꾸렸다. “종들에게 가래 하나, 쇠스랑 세 개 만들게 하고 바자[把子·대나무나 갈대 등을 발처럼 엮어 만든 울타리〕를 세우게 했다”(1638.3.7) 그리고 전쟁을 겪은 후여서 “또 들으니 남쪽의 왜 소식이 좋지 못하다 하니 앞날 일이 어찌 될 줄을 알지 못해 그지없는 회포라 하겠다”고 나라 정세에도 관심을 보였다.(1638.1.1)

조씨는 딸 하나와 아들 넷을 낳았으나 모두 일찍 죽었다. 그래서 나이 예순이 넘어서는 “이렇게 외롭고 고단할 때에는 더욱더욱 생각”나는 자식들이었다.(1638.3.22) 그중 스물다섯에 죽은 아들 남두상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남두상은 첫 부인과 상처한 후 다시 장가들었는데 그 며느리마저 자식 없이 일찍 죽었다. 그래서 조씨는 아들과 두 며느리의 기제사(忌祭祀)를 꼬박꼬박 지내주었다. “꿈에 여주 며느리를 보았다. 불쌍하도다! 다들 어디로 갔는고? 신주들만 보면 창자가 끊어지는 듯하다”면서 며느리들을 그리워했다.(1637.11.13)

조씨는 서자(庶子) 천남에 대한 감정도 남달랐다. 천남이 일을 보기 위해 잠시 떠나 있게 되자 “낸들 저를 첩자식처럼 여기며 저인들 나를 큰어머니라 하랴? 이렇게 늙고 병 속에 있으니 다시 보지 못할 듯하니 마음이 그지없다”(1640.4.26)고 친자식 같은 애정을 보여주었다.

조씨의 일기를 읽다 보면 새삼 기록의 힘을 깨닫는다. 그리고 역사에 대한 거시적 시각을 잠깐 접고 조씨의 ‘작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평범한 일상이 역사로 바뀌는 순간도 음미할 수 있다. 그 사소한 일상들이 모여 역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임철순 기자 fusedtree@·1574~1645)는 ‘병자일기(丙子日記)’라는 한글 일기를 남긴 양반 여성이다. 일기에는 1636년(인조 14) 12월 병자호란이 발발해 피란을 떠나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1640년 8월까지의 일상이 담겨 있다.

아버지는 조경남이며 어머니는 남원 윤씨다. 열일곱에 남이웅(南以雄·1575~1648)과 혼인했다. 남이웅은 병자호란 당시 인조를 호종(扈從)해 남한산성에 들어갔으며, 전쟁이 끝난 후에는 소현세자(昭顯世子)와 봉림대군(鳳林大君)이 청 수도인 심양(瀋陽)으로 볼모로 끌려갈 때 따라갔다. 그 후 고국에 돌아와 우의정까지 올랐고 이에 따라 조씨 부인도 정경부인이 되었다.

피란살이 동안 조씨는 남편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했다. 조씨는 “언제 영감 나오실까 하는 근심으로 항상 숨이 막히는 듯”했다.(1637.11.6) 남편이 귀환한다는 소식을 듣자 “오시(오전 11시~오후 1시)쯤 되어 데쇠가 들어왔는데 영감 행차가 열여드렛 날 평안하게 한양으로 들어오셔서 임금님께 숙배하셨다고 하니 이 기쁨이 어떠하겠는가?”하고 적었다. (1638.5.22)

조씨는 집안 대소사는 물론 농사일을 경영하며 건실하게 가계를 꾸렸다. “종들에게 가래 하나, 쇠스랑 세 개 만들게 하고 바자[把子·대나무나 갈대 등을 발처럼 엮어 만든 울타리〕를 세우게 했다”(1638.3.7) 그리고 전쟁을 겪은 후여서 “또 들으니 남쪽의 왜 소식이 좋지 못하다 하니 앞날 일이 어찌 될 줄을 알지 못해 그지없는 회포라 하겠다”고 나라 정세에도 관심을 보였다.(1638.1.1)

조씨는 딸 하나와 아들 넷을 낳았으나 모두 일찍 죽었다. 그래서 나이 예순이 넘어서는 “이렇게 외롭고 고단할 때에는 더욱더욱 생각”나는 자식들이었다.(1638.3.22) 그중 스물다섯에 죽은 아들 남두상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남두상은 첫 부인과 상처한 후 다시 장가들었는데 그 며느리마저 자식 없이 일찍 죽었다. 그래서 조씨는 아들과 두 며느리의 기제사(忌祭祀)를 꼬박꼬박 지내주었다. “꿈에 여주 며느리를 보았다. 불쌍하도다! 다들 어디로 갔는고? 신주들만 보면 창자가 끊어지는 듯하다”면서 며느리들을 그리워했다.(1637.11.13)

조씨는 서자(庶子) 천남에 대한 감정도 남달랐다. 천남이 일을 보기 위해 잠시 떠나 있게 되자 “낸들 저를 첩자식처럼 여기며 저인들 나를 큰어머니라 하랴? 이렇게 늙고 병 속에 있으니 다시 보지 못할 듯하니 마음이 그지없다”(1640.4.26)고 친자식 같은 애정을 보여주었다.

조씨의 일기를 읽다 보면 새삼 기록의 힘을 깨닫는다. 그리고 역사에 대한 거시적 시각을 잠깐 접고 조씨의 ‘작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평범한 일상이 역사로 바뀌는 순간도 음미할 수 있다. 그 사소한 일상들이 모여 역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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