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리자동차가 영국 스포츠카 명가 로터스를 품에 안는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리차는 로터스의 모회사인 프로톤 지분 49%를 인수하는 방안에 합의했으며 이르면 24일 오전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소식통들은 프로톤 인수 방안에는 자회사인 로터스 지분 50~75%를 확보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지리차는 중국 자동차업체 중에서도 해외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 지난 2010년 스웨덴 볼보를 인수했으며 3년 후에는 런던택시컴퍼니도 사들였다. 프랑스 푸조시트로엥그룹이 프로톤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결국 지리차에 밀리게 됐다.
프로톤과 자회사인 로터스 모두 경영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지리차가 양사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로톤은 지난 1983년 마하티르 모하메드 당시 말레이시아 총리의 주도 하에 설립됐다. 한때 프로톤은 말레이시아 시장점율이 75%에 달하는 등 국민 자동차로 명성을 날렸으나 값싼 수입차의 범람과 열악한 품질 수준에 지난해 점유율은 15%에 그치는 등 몰락했다. 현재는 말레이시아 재벌 시에드 모크타르 알부크하리가 이끄는 DRB-하이콤이 지배지분을 갖고 있다. DRB-하이콤은 1996년 로터스를 인수하는 등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으나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지난해부터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다. DRB-하이콤은 이날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 공시에서 “중대한 발표가 있다며 24일 주식 거래가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터스도 몰락의 길을 걷기는 마찬가지였다. 로터스는 지난해 3월 마감한 2015 회계연도에 2760만 파운드(약 40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차 판매량은 1584대로 전년보다 242대 줄었다.
그러나 지라차는 두 회사를 품에 안는 이점이 분명히 있다고 판단해 인수에 나섰다. 로터스는 복합소재와 차체 경량화 기술을 보유해 지리차가 날로 엄격해지는 중국의 연비 기준을 충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또 지리차는 프로톤을 인수해 동남아시장에서 보편화된 ‘오른쪽 운전석’ 자동차 생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