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직원들도 일·가정 양립… ‘남성 육아’ 챙기는 유통업계

입력 2017-05-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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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현대백화점, 배우자 출산휴가… 남성 육아휴직 10% 넘어섰지만 서유럽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아… 급여도 생활보장 가능 수준돼야

올해 일자리 혁신의 화두로 ‘일·가정 양립’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에서도 남성들의 배우자 출산 휴가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에서 벗어나 유연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아빠 육아’를 확산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다는 취지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기업 문화 혁신 방안을 발표,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을 도와줄 배우자 출산 휴가를 확대했다. 지금까지는 법적인 기준에 맞춰 유급 3일, 무급 2일이었지만 유급 14일로 늘어난다.

앞서 현대백화점도 아빠의 달을 도입, 남편 육아휴직제도를 장려하면서 배우자 출산 시 최대 30일의 유급휴가를 지원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1월부터 대기업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남성 임직원은 배우자가 출산하면 최소 한 달 이상 휴직하면서 급여가 깎이지 않는다.

이처럼 아빠도 엄마와 같은 육아의 주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남성 육아휴직자는 전체 육아휴직 중 10%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2129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1381명)에 비해 54.2% 늘었다. 전체 육아휴직자 2만935명 중 남성 비율은 10.2%로 1년 새 3.7%포인트 높아져 증가세가 가파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아빠 육아’가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노르웨이 21.2%, 스웨덴 32%, 독일 28% 등으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 우리 기업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가능성은 열어놨지만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 종사자인 A 씨는 “제도는 마련되고 있지만 대다수 ‘남성이 무슨 육아휴직이냐’는 편견이 있다”며 “육아휴직을 결심한 동료들도 승진과 평가에 대한 괜한 불안감과 주변의 시선 때문에 눈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가계의 주소득원이 남성일 경우 현재 지원되고 있는 육아휴직 급여는 생활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40%를 기준으로 100만 원이 상한액이다. 급여 중 75%는 휴직 기간 동안 받고 나머지 25%는 복직 6개월 후 일괄 지급되는 방식으로, 실제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의 1인당 월평균 급여액은 69만9000원에 불과했다.

배우자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는 B 씨는 “현 육아휴직 급여는 쥐꼬리만 한 수준이라 (육아 휴직)을 결정하는 데 고민이 컸었다”며 “아빠 육아 확산으로 저출산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생활보장이 가능한 수준으로 급여가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에서 남성 육아휴직자에게 승진과 보직에 불이익을 주는 기업에 대해 벌칙을 주겠다며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육아휴직의 첫 3개월은 임금의 80%, 9개월은 임금의 50%를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유통업계가 예전보다 많이 유연해지고 있다”며 “남성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내부 시선도 차차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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