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中 잘못 건드렸다

입력 2017-05-26 09:37 수정 2017-05-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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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근 30년 만에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가 본전도 못 건지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관영신문들이 연일 무디스의 평가에 불만을 토로하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앞서 무디스는 24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경제 성장세 약화로 경제 전반에 부채가 실질적으로 증가해 정부 재정 건전성이 다소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Aa3 등급은 무디스 신용평가 체계 중 위에서 다섯 번째 등급이다. 현재 한국의 신용등급(Aa2)보다는 두 단계 아래다. 전문가들은 무디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부채 문제를 통제하면서도 현재의 경제성장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러한 결정에 곧바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서구 신용평가사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차별”이라면서 “평가방법에 결함이 있으며 이에 그들의 명성에 이미 의문이 제기된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튿날인 25일에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인민일보 영문판이 중국 상무부 소속의 유명 경제학자인 메이 신유의 칼럼을 통해 “무디스가 중국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서방 국가에 적용하는 것과 다른 ‘이중 기준’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재무부도 “부적절한 방법을 사용했으며 중국 법률 지식 부족을 그대로 드러낸 결정”이라고도 했다. 중국의 이같은 날선 비판에 대해 무디스는 부채 문제를 거론하며 등급 강등 이유를 거듭 강조했다.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중국의 날 선 반응은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신평사로부터 신용등급 강등조치를 당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신평사의 평가 기준이나 투명성을 문제 삼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2011년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AAA’에서 ‘AA+’로 강등했다가 미국 정부로부터 평가 결과 도출 방식에 대해 비난 세례를 받은 바 있다.

중국으로서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 조치는 중국 본토와 홍콩 간 채권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채권퉁’출범을 앞두고 치명적인 것이다. 무디스는 25일 중국에 이어 홍콩의 신용등급도 ‘Aa1’에서 ‘Aa2’로 낮췄다. 홍콩 신용등급 전망도 종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은 그간 8조 달러(약 8969조원) 채권 시장에 해외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등 각별히 신경 써왔다. 신용등급 강등이 뼈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번 결정이 무디스의 중국 신평사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결정이 무디스의 향후 중국 진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평판을 유지하면서 무디스에 응징하는 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에 중국 사업 허용은 채권시장 개방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로 여겨진다. 이에 시 주석은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오는 7월 16일까지 중국 신평사 시장 개방을 약속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있다. 중국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 대부분이 국영기업이라는 점에서 신평사의 신용등급 결정이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 자체 신용등급과 국제 신평사 간 등급 격차가 나면 기업에 대한 신뢰도 그만큼 떨어져 해외 투자자 유치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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