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질행(疾行)과 선보(善步)

입력 2017-05-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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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疾’은 ‘병(病) 질’이라고 훈독하며 사실상 ‘병(病)’과 같은 의미의 글자이다. 그래서 합의복사(合意複詞)인 ‘질병(疾病)’이라는 말을 일상에서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질(疾)’에는 ‘병(病)’에 없는 뜻이 하나 더 있다. ‘빠르다’는 뜻이다. ‘질행(疾行)’, ‘질주(疾走)’ 등의 ‘疾’이 그런 뜻이다.

한자 ‘善’은 ‘착할 선’이라고 훈독하는 글자로, 대부분 ‘착한’이라는 의미의 형용사로 쓰인다. ‘선행(善行)’, ‘선심(善心)’ 등이 바로 그렇게 쓰인 예이다. 그런데, ‘善’이 ‘잘’이라는 부사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선보(善步)’가 바로 그런 예이다. ‘善步’는 ‘잘 걷기’라는 뜻이다. ‘步’는 ‘걸음’이라는 명사로 많이 쓰이지만 ‘걷다’라는 동사로도 쓰인다.

“빨리 달리기와 잘 걷기를 동시에 잘할 수는 없다. 갑자기 성장한 것은 망하기도 느닷없이 망한다[疾行善步 兩不能全 暴長之物 其亡忽焉]”는 말이 있다. 중국 청나라 때의 시인인 원매(袁枚)가 쓴 ‘속시품(續詩品)’ 36수 중 제2수에 나오는 말이다. 빨리 달리다 보면 걸음걸이가 거칠어져 공손하고 우아하게 잘 걸을 수가 없다.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갑작스럽게 성장하면서 착실함도 함께 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지난날 고속성장의 과정에서 우리 경제는 많은 문제와 비리를 낳았다. 수억 원씩 벌던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기도 했다. 그렇게 무너질 거라면 안 쌓느니만 못하다. 쓰러지면서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고 물질적, 정신적 쓰레기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출발이 산뜻하다. 질행과 선보를 동시에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질행과 선보를 동시에 잘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빠르게 몰아붙인 ‘4대강 사업’과 같은 과오를 다시는 범하지 않아야겠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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