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이 뒤따랐다. 747정책에서는 저금리 고환율 정책이, 474정책에서는 소위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정책이 그것이다.
반면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만 봐도 2.8%에 그치고 있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모든 재화와 노동을 투입해 성장할 수 있는 소위 잠재성장률이 3%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역량만큼도 성장하지 못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제이(J)노믹스’가 반갑다. 문 대통령의 이니셜 중 가운데 글자인 ‘J’와 경제학을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성한 용어라지만, 무엇보다 숫자가 없어서이다. 또 경제학 용어 중 ‘J커브 효과’가 연상되는 점에서도 그렇다.
예전 ‘3%대 성장률 집착의 부메랑’이라는 데스크칼럼에서도 밝혔듯 숫자에 집착한 경제는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또 J노믹스에서 J는 과거 정부가 내세운 성장만을 위한 정책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실제 문 정부가 내세운 경제 정책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며 성장과 고용, 복지가 함께 가는 ‘골든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스런 점이 있다. J노믹스 실행 과정을 보면 과거 정부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이 그렇다. 특히 올 연말까지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로 채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비판도 상당하지만 일단 수출이 호조를 보여도 고용 유발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에서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에 찬성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얼마’라는 식의 정책은 자칫 숫자에 매몰되기 쉽다. 즉, 질이 아닌 양으로 승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당장 이를 위한 10조 원 추가 경정예산(更正豫算) 편성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이 같은 정책은 달성 가능성이 낮다. 문 정부 출범 초반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꿸 가능성이 큰 셈이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마련한 것도 그렇다. 그만큼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자칫 보여주기식 전시행정(展示行政)으로 빠질 가능성도 크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우려스럽다. 문 대통령이 외부 첫 공식 일정으로 찾아간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1만 명을 정규직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온전한 정규직화도 아닌 듯하다.
단순 보여주기식 코드 맞추기는 정책을 이끌 공무원 조직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성격을 갖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있었을 정도이다. 정부부처 1차 업무보고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29일 국정기획위 2차 전체 회의에서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대체로 기존 정책을 길만 바꾸는 표지 갈이가 많이 눈에 띈다”며 소위 부처 업무보고의 정책 표지 갈이를 지적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박근혜 정부 흔적 지우기가 한창이라고 한다.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박 전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연설한 것에 맞춰 출시했던 소위 ‘통일대박’ 상품의 판매가 중단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끝나고 은행 본점 앞에까지 비치됐던 자전거가 소리 소문 없이 치워지던 풍경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5년 후 우리는 또 어떤 모습을 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