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전문약 전환에 판매량 제한’..계륵 신세 전락 ‘슈도에페드린’

입력 2017-05-30 14:46 수정 2017-05-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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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슈도에페드린 함유 일반약 대량판매 차단방안 마련..마약제조악용 사례 차단 목적ㆍ2006년부터 3차례 안전관리 강화 '구매접근성 악화' 우려 제기

콧물, 코막힘 치료에 많이 사용되는 ‘슈도에페드린’이 국내 시장에서 ‘찬밥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일반의약품으로 사용되는 안전한 약물인데도 마약 원료로 악용된다는 이유로 전문약 전환, 판매 제한 등 구매 접근성이 점차적으로 제한되는 실정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한약사회 등과 협의를 거쳐 슈도에페드린 함유 일반의약품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제약사와 약국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

감기약 등에 함유된 슈도에페드린을 사용해 필로폰을 제조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자 대량 구매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했다.

식약처는 슈도에페드린 함유 일반의약품 중 조제용으로 공급되는 병포장은 처방전에 의해서만 판매할 것을 권고했다. 300개 또는 500개가 들어있는 병포장은 사실상 처방전 없이 약국 판매를 금지한 것이다. 식약처는 슈도에페드린제제 중 낱알모음포장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인에게 최대 3일분에 해당하는 양만 판매할 것을 당부했다.

식약처는 슈도에페드린 함유 일반의약품 병포장은 300, 500, 1000개 들이 병포장을 60개 이하 소량 병포장 생산으로 전환할 것을 제약사들에 주문했다. 또 슈도에페드린제제가 대량 들어있는 병포장을 판매하는 등 비상식적인 수준의 판매를 한 약국에 대해 윤리기준 위반으로 자격졍지와 같은 처분을 의뢰하도록 약사회에 요청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련한 슈도에페드린 관리방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련한 슈도에페드린 관리방안

식약처의 슈도에페드린 안전관리 강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2006년 슈도에페드린 1개 성분으로만 구성된 단일제는 의사 처방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했다. 슈도에페드린의 구매 접근성을 떨어뜨리면 마약 제조 용도로 구매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에서다. 또 일정량 이상을 구매할 경우 판매일자와 판매량, 구입자 성명을 기록하도록 규제했다.

하지만 슈도에페드린을 활용한 필리핀 제조행위는 사라지지 않았다. 슈도에페드린과 다른 성분이 섞인 제품에서 슈도에페드린만을 추출해 필로폰을 제조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식약처는 지난 2013년 슈도에페드린 성분을 120mg 함유한 복합제에 대해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격 전환했다. 의약품 분류 체계 전환은 의사와 약사의 다툼 영역이라는 점에서 실행에 옮기기 쉬운 정책이 아닌데도, '마약 제조 악용 차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식약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알레그라디(한독), 코싹(한미약품), 그린노즈(녹십자), 쿨노즈(종근당) 등 기존에 약국에서 판매하던 콧물약이 대거 약국에서 사라진 이유다.

그럼에도 슈도에페드린을 활용한 필로폰 제조 범죄가 발생하자 식약처는 약국에서 대량 구매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올해 초 적발된 남성 2명은 약국 여러 곳을 돌면서 사들인 감기약 500정으로 필로폰을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슈도에페드린 함유 일반의약품을 이용한 불법 마약류 제조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유관단체와 대책협의를 통해 관리방안을 마련했다”면서 “슈도에페드린의 대량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가능한 가장 강력한 대책을 도입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슈도에페드린의 대량 구매를 제한한다고 마약 제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약 제조를 목적으로 작정하고 약국을 돌아다니면서 슈도에페드린 함유 제품을 대량 구매하는 것은 막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슈도에페드린 함유 의약품을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민할 수 있지만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슈도에페드린 성분을 함유한 일반의약품은 132종에 달한다. 슈도에페드린 15~60mg과 다른 성분을 구성한 감기약이 대부분이다. 화이투벤큐, 타이레놀콜드에스, 모드코프시럽 등 약국에서 판매하는 감기약 제품들이 대거 슈도에페드린을 함유했다. 슈도에페드린이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면 약국에서 감기약을 구매하는 환자들에게 심각한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이미 2013년 50개 품목이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면서 일부 환자들이 불편함을 겪는 실정이다.

슈도에페드린 함유 의약품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면 건강보험재정을 축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슈도에페드린 120mg 함유 의약품은 보험상한가 100원 안팎의 가격으로 건강보험급여목록에 등재됐고 약값의 70%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한다.

마약 원료 악용을 이유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은 과학적 판단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의약품 분류 기준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전문적인 진단과 지시·감독에 따라 사용돼야 하는 의약품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한다. 부작용이 심각하거나 습관성 및 의존성이 있는 의약품, 내성 문제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도 전문의약품에 해당한다. 전문의약품을 제외한 나머지 의약품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슈도에페드린은 전 세계적으로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는 약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슈도에페드린을 활용한 마약제조행위는 1년에 한번 가량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안전관리를 강화하면 환자들의 구매 접근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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